한국 산업의 어려움은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의 가장 큰 시장으로 경제에 기여해 왔던 중국의 빠른 추격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부적으로 미국·독일·일본 등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산업 정책은 어떻게 해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린 과제이고,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분야이다.
한국의 본격적인 산업 정책은 1960~70년대 수출산업의 육성에서 시작되었다. 정부는 수산물, 가발, 합판, 의류, 신발 등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모든 산업 분야에 대해 세제와 금융 등에서 엄청난 혜택을 주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철강,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중화학공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있었다. 이때의 과잉투자가 1997년 IMF 사태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는 정보통신 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을 육성했고, 이명박 정부는 녹색산업을 기치로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창조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고 첨단기술 등을 이용한 창업과 기업 성장을 지원하였다.
2016년에 들어서 서울대와 KAIST 교수와 학생들은 한국의 10대 국가산업 미래기술을 선정·발표하였다. 빅데이터, 바이오센서, 적응형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 사물 인터넷, 바이오 신약, 산업용 로봇, 웨어러블 기술,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전기자동차 등 10가지이다. 그리고 지금은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 등을 기초로 한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유행이다. 이 가운데 어떤 기술과 산업을 지원·육성해야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까?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첨단 분야 이외에 부품소재산업, 에너지산업, 농업 또는 금융업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개인의 생활과 기업 활동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모든 산업은 다 의미가 있다.
현대는 과학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한국 경제의 규모도 아주 커져 과거와 같이 특정 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미래에 어떤 산업이 돈벌이가 될지 정책 당국이 미리 알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책 당국이 잘못 지원했을 경우 다른 산업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산업 정책의 기본은 시장에서 인재와 자금이 수익성,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흐르고 기업이 스스로 새로운 산업을 찾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기본 여건이 매우 취약하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의사 등 전문직, 공무원, 교수, 공기업 직원 등이다. 이러한 직업의 보수와 명예, 직업 안정성과 권한 등을 포함한 종합적 보상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창업하거나 민간 기업에 취직하는 사람은 그와 같은 좋은 직업을 얻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창업은 실패 시 개인이 부담하는 위험이 매우 크다. 여기에다 민간 기업의 직업 안정성은 낮다. 연대보증제 폐지를 통한 실패 시 재기 가능성을 높이고 실업급여 확충을 통한 민간 부문의 직업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의사나 공무원보다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보상 수준이 높아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에서 돈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흐른다. 돈 있는 사람의 일차적인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투자의 수익성,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이 첫째 창업 등 생산적 투자, 둘째 금융자산 투자, 마지막에 부동산 투자의 순서로 흘러야 하는데 한국은 반대이다. 한국은 국민의 꿈이 임대사업자인 나라가 되었다. 임대소득 과세 강화 등을 통해 부동산 투자의 수익성을 낮추지 않고서는 생산적인 투자가 늘기 어렵다.
한국에서 우선 필요한 산업 정책은 산업 현장과 기술 분야에 사람과 돈이 많이 몰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창의적인 기업가와 모험적인 자본가들은 돈벌이가 되고 미래에 우리를 먹여 살릴 기술과 산업을 찾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