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人사이트]김병기 아이원스 대표 “글로벌 반도체 기업 亞지역기지 되겠다” 승부수 던진 영업맨

입력 2017-05-22 11:00수정 2017-05-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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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어플라이드 잡았지만 세정만으론 마진 안 남는 상황 “생산·조립까지 원스톱” 제안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리자 국도 한가운데 마치 오아시스처럼 ‘㈜아이원스’ 표지판이 나타났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본사는 4만여 평의 넓은 부지에 제조업이라기보다는 스타트업 오피스에 가까울 정도로 세련되고 현대적인 내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구석구석 김병기 대표의 손길을 거쳐간 실내 디자인과 색감은 그의 꼼꼼하고 젊은 캐릭터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김병기 아이원스 대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는 연매출 100억 원대, 200억 원대, 400억 원대, 600억 원대, 800억 원대로 착실한 ‘계단식 성장’을 해왔다”며 회사를 소개했다. (사진제공=아이원스)

2002년까지 매출 10억 원을 밑돌던 ‘마찌꼬바(작은 철공소)’였던 아이원스는 지난 15년 만에 반도체 부품 정밀가공, 반도체 세정, 디스플레이 장비 개발 등의 사업으로 확장해 직원 400명의 탄탄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입사 후부터 생산 현장을 몸소 누비며 회사를 키워낸 김병기 대표(45)가 있다.

최근 경기도 안성 통합공장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김 대표는 “아이원스는 이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가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2020년도엔 5000억 원 규모의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2002년 처음 손윗동서의 회사이자 아이원스의 전신인 동아엔지니어링에 입사, 현장직에서 출발해 전무, 사장 등을 거쳐 2015년 대표직을 맡은 그는 오늘날 아이원스를 키워낸 공신이다. 그가 영업에 처음 뛰어든 2003년 연매출 8억 원 규모였던 회사는 1년 만에 연매출 42억 원으로 5배 성장했다. 당시 무명인 회사를 알리기 위해 그는 명함에 500원짜리 동전을 붙여 관심을 끌거나 ‘ONE(원)’ 담배를 사서 ‘IONES’로 이름을 바꿔 나눠 주면서 영업에 힘을 쏟았고, 장비 판매와 거래처 등록을 하나씩 이끌어냈다.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등록에 성공한 이듬해 회사는 매출 77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이후에도 약 2년마다 200억 원 규모로 계단식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매출 850억 원 규모의 회사로 거듭났다.

회사의 첫 번째 큰 도약은 동아엔지니어링이 ‘아이원스’로 사명을 바꾼 2005년에 이뤄졌다. 그해 말 전무를 맡고 있던 김 대표는 기존의 부품·장비 제작 사업을 넘어 반도체 세정·코팅 사업으로 확장을 결심했다. 그는 “이젠 가공만 하는 사업으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유사업종 중 시너지가 날 만한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이미 납품하고 있던 부품들을 다시 세정하고 리페어(복구)해주는 사업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당시 경쟁사들은 아이원스가 세정 사업을 직접 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는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유틸리티, 클린룸, 케미컬 등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웬만한 중소기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던 분야였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도 아이원스도 연매출 70억 원 규모의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발품을 팔아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끌어모은 투자와 은행 차입으로 준공된 공장은 거래사들의 엄격한 검증을 연달아 최우수로 통과했고, 이듬해 삼성전자와 동부하이텍 협력사 등록을 마쳤다. 몇 군데 안 되던 세정 사업체 중에서도 후발 주자로 시장에 합류한 아이원스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 된 것이다.

2008년 세정·코팅 사업이 안착한 후에도 김 대표는 안주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모기업부터 해왔던 장비업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부문이었다”며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기를 타지 않는 지속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다음 도전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1년 새로운 협력사를 찾고 있던 미국계 글로벌 반도체 장비 1위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접촉, 테스트를 진행했고 전 세계 세정 부문 업체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해 이듬해 협력 업체로 등록했다. 문제는 어플라이드사의 제안에 따르게 되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김 대표는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어플라이드사 임원들을 찾아다니며 영업했다”며 “일본과 한국, 미국 공장에 분산된 생산과 가공 공정을 한국의 아이원스 공장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면 물류비를 줄이고 배송시간도 줄일 수 있지 않느냐고 설득했다”고 돌이켰다. 가격을 맞추되 반도체 세정뿐만 아니라 부품 생산과 모듈 조립도 다 아이원스에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역제안이었던 것. 김 대표는 아이원스가 어플라이드사의 아시아 지역 기지가 될 수 있다면 전용 공장을 짓고 라인도 신축하겠다는 승부수도 던졌다.

그 결과 이뤄진 어플라이드사와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바탕으로 김 대표는 경기도 안성 4만여 평의 부지에 당시 연매출의 약 두 배 규모가 투입된 통합공장과 본사를 짓고 작년에 첫 가동을 시작했다. 세정 공장 준공 때보다 10배 이상 큰 두 번째 베팅이었다.

지난 3년여간의 투자기를 거쳐 어플라이드사를 통한 수익이 가시화되는 올해 아이원스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진출 계획도 구체화 단계다. 김 대표는 “내년부터 현지화 전략에 따라 중국과 미국으로 직접 진출할 예정”이라면서 “중국 반도체 부문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어 세정과 리페어 사업을 현지화해서 들어갈 계획이며 미국에서는 AMAT와 현지에서 개발단계부터 협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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