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장하성, 소득주도 성장 이끌 적임자”
9년간 추진해온 ‘대기업 중심 성장’ 깨고
‘임금→내수→ 일자리→경제’ 선순환 강조
張 실장 “중소기업소상공인 성장에 방점”
“환상의 조합” 평가 속 “엇박자” 우려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이른바‘J노믹스’를 주도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교수가 임명됐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장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J노믹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지명하면서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제민주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함께 추진할 최고 적임자"라고 밝혔다.
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하면서 "일자리와 경제활력을 만들어내는 게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며 "경제사령탑인 부총리 인선에서 종합 위기관리 능력과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소를 핵심으로 하는 J노믹스의 투톱 체제가 꾸려진 셈이다. 경제정책의 중심이 대기업·성장 중심에서 중소기업·소득 주도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로 큰 그림을 그리며 방향을 제시하고 김동연 부총리가 탄탄한 집행력으로 정책을 구체화해 뒷받침하는 구도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보수 정부인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9년 동안 추진해온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론, 이른바 낙수 효과와 배치되는 개념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먼저 올려 내수를 살리면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금이 늘면 ‘가계소득 증가→소비·투자 증가→내수 활성화→일자리 증가→경제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기업의 투자 및 임금 증대를 강조하던 전임 정부와 달리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올려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차별화 해소를 꼽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기 중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현재 6470원), 재정지출 증가율을 박근혜 정부의 두 배로 확대(연평균 3.5%→7.0%), 고소득자 증세 등 정부 재정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장 실장은 시민사회에서 경제력 집중 완화와 기업구조 개선 운동에 앞장서는 등 학계에서 대표적 진보적 인사로 꼽힌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에 참여했고 1996년 경제민주화위원회을 만들어 경제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2010년에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의 문제점과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함께 소액주주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장 실장과 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는 '재벌 저격수'라는 공통 수식어가 붙는다.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국정 마스터플랜인 ‘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로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기획예산처에서 전략기획관과 재정정책기획관 등을 맡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수위에 참여한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실장과 2차관을 역임했다. 여기에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을 맡으면서 거시경제를 비롯한 경제 전반을 다룬 경험이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무조정실장으로 국정 전반을 총괄했다.
김 후보자는 가난한 성장과정을 이겨내고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했다가 야간대학을 다니며 주경야독해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패스한 이력이 있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소년가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서민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경제사령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장 정책실장은 이날 인선 발표 후 "재벌개혁에 '두들겨팬다'(는 의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보다 함께 잘 사는 구조를 만들려면 기업 생태계가 균형 잡혀야 한다는 의미"라며 인위적·강제적 재벌개혁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성장에 방점을 둘 것을 시사했다.
김동연 후보자는 인사 발표 이후 과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면 사람 중심의 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계와 관료 출신으로 환상의 조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이런 조합에 갈등이 생기면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의 역할 분담이 애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4선 의원 출신인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아직 인선이 남은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등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간에 부동산 정책, 노사 개혁 등을 놓고 혼선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