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램·휴롬·락앤락·코웨이·경동나비엔 등 중동 판로 개척해 성공 안착…“‘메이드인코리아’ 품질력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공략”
중동 시장은 아직 국내 중소기업에는 생소한 시장이지만 ‘메이드인 코리아’에 대한 호감도를 바탕으로 품질력과 브랜드를 지역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며 ‘소비재 한류’를 불러일으키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온 건조한 사막 기후의 황무지에 알록달록한 주방용품과 공기청정기, 보일러와 주서기를 들고 나선 우리 기업들의 성과 뒤에는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순풍뿐만 아니라 지역과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시장분석이 있었다.
주방용품을 만드는 네오플램은 이 지역 소비자에게 한국 주방용품 브랜드를 각인시킨 대표적 기업으로, 5년 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출발해 현재 중동지역 7개국에 진출해 있다. 네오플램은 중동 국가들이 손님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가 발달한데다 여성들의 주방용품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는 점을 포착해 디자인을 무기로 가능성에 투자했다. 지난해 네오플램 수출 가운데 중동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지역을 선점한 편이다. 김지나 네오플램 마케팅 팀장은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감을 자랑하는 네오플램 주방용품의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원액기를 만드는 휴롬도 비슷한 시기에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중동에 첫 발을 디딘 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카타르, 바레인, 이란 등 7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주로 TV홈쇼핑을 비롯해 건강·스포츠 관련 국가 프로젝트 등을 통해 건강주스의 효능과 사용법 등을 알리며 제품을 홍보해온 휴롬은 올초 이스라엘 뉴스채널에서 ‘혁신적인 가정용품’으로 소개되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휴롬은 현재 이 지역 30개 이상의 다국적 경쟁 브랜드 사이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며 3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휴롬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술을 즐겨 마시는 문화가 아니기에 대체 음료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이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채소를 통한 영양섭취와 웰빙을 강조하며 주서기 제품을 홍보했다. 특히 시장 잠재력이 큰 이란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전략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렌털 사업을 하는 코웨이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진출해 있으며 올해부터 이스라엘, 요르단, 바레인 등에 순차적으로 진출을 준비 중이다. 수질과 공기가 좋지 않은 중동에서 환경 가전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제품을 알린 끝에 이 지역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5%가량 증가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고 구매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정수기나 공기청정기에 대한 잠재적 니즈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밀폐용기 업체인 락앤락도 2000년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중동에 진출해 현재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을 비롯해 카타르, 오만 등 11개국에 수출하면서 지열 밀폐용기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중동지역 수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으며 락앤락 국내 수출에서 중동지역 비중은 약 10% 내외에 달한다. 정재원 락앤락 해외영업부장은 “중동지역은 온라인, 홈쇼핑 등 영업인프라 구축이 확대되고 정국이 안정되면 성장 여지가 매우 큰 시장”이라면서 “최근 들어 중동 현지에서 제품수입에 따른 절차 및 기준요건들이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확실한 제품력만 있다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동나비엔은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보일러 시장이 형성돼 있는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대(對)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회사는 중동 다른 지역으로 판매영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고온 건조한 사막에서 보일러를 판다는 게 의아하게 여겨지겠지만 북부지방에서는 보일러가 필수”라며 “이란은 자국민에게 저가로 가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스 보일러를 중심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광일 코트라 중동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중동 시장은 계층별로 양극화돼 있고 저소득 외국인 노동자를 타깃으로 하는 저가시장에서는 중국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상류층은 명예나 체면을 중요시해서 소비성향이 높다”며 “자연히 한국 기업은 비가격 변수를 활용해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이 선호된다”고 분석했다. 또 “유가가 등락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산유국이 대부분인 지역 특성상 중국이나 동남아 대비 1인당 소득수준이 높고 젊은층 인구 비율도 70%을 넘기 때문에 비싼 제품도 쉽게 구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