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어찌됐든, 얼마 전에 있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가장 비중 있는 이슈로 다뤄졌고, G7 정상회의치고는 상당히 강력한 어조의 성명도 발표됐다. 그리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가 다음 달 미 본토를 출발해 서태평양에 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평양 지역에는 이미 칼빈슨 호와 로널드 레이건 호 2척의 항공모함이 배치돼 있다.
그런데 니미츠 호까지 오게 되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항모 11척, 그중 운항이 가능한 10척 중 3척이 일시적으로나마 특정 지역에 동시에 전개되는, 그야말로 특이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그냥 봐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미 국방장관이 한 말에 주목해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CBS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지구상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 중 한 곳”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일본과 한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만약 전쟁이 벌어질 경우엔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 다음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이 사태(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지 못한다면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이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평생 최악의 전쟁이 될 것이다.”
이 말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언급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니미츠 함을 추가로 파견하는 것은, 대화를 위한 일종의 심리적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즉, 미국의 입장에선 북한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데, 대화의 노력마저 하지 않은 채 외과적 수술 방식의 폭격(surgical strike)을 가해 버리면 명분 면에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명분 축적용으로 대화를 하며 다른 쪽으로는 무력 옵션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속내가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미국이 무력 사용을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개진해 미국이 그들의 전략적 접근에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진짜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려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배제되거나 우리의 입장이 도외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간의 속 깊은 대화가 가장 절실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의 지한파(知韓派)를 최대한 활용하고 우리 정부도 안보 라인을 가동해 미국과의 물밑 대화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북한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 행동의 불가측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어, 도대체 그들의 진짜 목적이 핵 보유국 지위 확보인지, 아니면 체제 보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이런 점을 북한이 노릴 수도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미국과 철저히 공조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