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법관은 1일 오전 대법원 본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이럴 때 사법부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신중하고 진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법관은 "사법부의 독립은 두말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가치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며 "깊이 생각해서 의견을 모으되, 진단은 정확하고 처방은 멀리 보고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법관의 이같은 언급은 오는 19일 예정된 전국법관회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원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도 잇따르는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수용하기 위해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최근 겸직이 해제된 고영한 대법관이 박 대법관의 행정처장 후임이다.
박 대법관은 후배 법관들에게 절제의 미덕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과 법관 독립을 굳건히 하려는 논의가 자칫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스스로 살펴야 하고, 그렇게 오해될 수 있는 것조차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 독립은 결코 판사 개인의 주관적 신념을 편리하게 가려주는 방패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박 대법관은 "돌이켜보면 재판을 할 때나 사법행정을 맡았던 동안이나 나름대로는 온갖 정성을 다했고, 한시도 소홀하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고 회고했다. 또 "모자라는 구석이 있으면 알고서는 그냥 두지 못하는 제 성정 탓에 함께 지냈던 분들을 힘들게 한 경우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 대법관은 1985년 법관에 임용됐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을 지내는 등 정통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등을 지낸 뒤 2011년 대법관에 지명됐다. 그는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판결문 공개, 전자소송 도입을 위해 힘썼으며, 황제노역 판결 논란이 불거지자 지역법관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