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IB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이 동부대우전자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동부그룹은 2013년 동부대우전자의 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전체 인수금액 2726억 원 중 1356억 원을 빌렸다. 돈을 빌리면서 동부그룹은 2017년 기업공개(IPO), 수익률 보장, 동반매도청구권(대주주 지분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과 같은 여러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당시에도 동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높지 않았기에 투자자 안전 장치가 많았다.
이 같은 여러 조항에도 동부그룹의 동부대우전자 인수가 성공할 전제 조건은 단 하나였다. 실적개선. 그러나 동부대우전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19억 원으로 전년의 95억 원에 비해 80% 감소했다. 동부대우전자의 IPO가 무산된 것과 그룹이 지난해부터 자베즈파트너스와 함께 다른 FI를 찾고 있는 배경이다.
기존 FI들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이들 역시 올해 초부터 계약 조항에 따라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의 경영권 매각이다. 다만 이들은 동부그룹이 새 투자자를 구해 투자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어치피 IPO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금+이자만 회수하면 굳이 지난한 과정을 떠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부대우전자가 성공적으로 매각될 것으로 가정하면 이 회사의 주주인 동부하이텍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통주 기준 동부하이텍은 동부대우전자의 지분 17.0%를 가지고 있다. 동부그룹 특수관계인 중 가장 많은 보유 비율이다. 이 밖에 동부가 6.1%, 동부라이텍이 1.7%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현재 그룹 제조업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517억 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동부하이텍은 한 때 동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했다. 이 회사의 극적인 실적 개선으로 산은은 이 같은 계획을 지난해 철회했다.
동부대우전자가 매각돼 동부하이텍에 현금이 유입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가 4000억 원 가량에 매각될 것으로 가정하면 동부하이텍에는 600억~700억 원이 유입된다. 동부, 동부라이텍을 포함하면 10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동부하이텍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부채를 해당 규모 만큼 단순 경감하면 부채비율이 175.5%에서 156.4%로 감소한다. 같은 기간 기준 동부하이텍은 이자비용의 6.3배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수치 역시 높일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의 매각이 동부하이텍에는 안정적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되는 사업에 집중하는게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동부대우전자의 경영권이 매각되면 김준기 회장으로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6월 동부대우전자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사재 60억 원을 내놨다. 그는 2013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때도 250억 원을 투자했다.
동부대우전자는 현재 새 투자자를 구하고 있다. 유진자산운용, KTB PE, SBI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FI들이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인수할 유력 후보자를 구하기 전에 이 회사가 새 투자자를 확보하면 매각 과정은 취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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