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베스트셀러 작가 신작 잇따라
잠잠했던 출판계가 문학 거장들의 신작 발표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영하, 황석영, 이외수,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 등 국내외에서 이름난 작가들이 줄줄이 신작을 발표하며 출판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김영하는 지난달 25일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을 출간했다. 2010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이후 7년 만의 소설집이다.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은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곱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한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다종다양한 관계의 모순, 나아가 소위 신의 뜻이라 비유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까지 담아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김영하는 2014년 겨울에 발표한 제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그전과 그 후의 삶과 소설이 모두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 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직 꿈을 펼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는 아픔을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김영하의 이후 작품 속 인물들은 무언가를 잃고서 자기 위안을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간다.
소설가 이외수도 지난달 30일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내놨다. 이외수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소설을 두 권에 나눠 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인 30세 청년 정동언은 원도 화천에서 작은 수목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는 한가지 비밀이 있는데 다름 아닌 식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정동언이 식물들의 제보와 도움을 빌려 사회악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일에는 황석영의 자전적 에세이 ‘수인’이 나온다. 현대사의 굴곡과 파란을 고스란히 겪은 황석영은 ‘수인’을 통해 자신이 지나온 삶을 생생한 필치로 증언한다.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어머니 등에 업혀 월남, 어린 시절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고 4ㆍ19의 소용돌이속에서 소중한 친구를 잃고 방황하던 젊은 날이 그려진다. 이후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서 유신독재에 저항하고 5ㆍ18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선 이야기도 전한다. 1989년엔 분단된 한반도의 금기를 깨고 방북을 결행, 4년의 망명을 거쳐 귀국 후 수감된 이야기와 5년간의 엄혹한 수인 생활을 겪기까지 작가 황석영의 생애가 ‘수인’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꼽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장편소설 ‘잠’도 지난달 30일 출간됐다. 이 책은 베르베르가 1980년대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에 썼던 르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2014년 시작된 불면증을 계기로 구체적인 소설 구상을 시작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28세의 의대생 자크 클라인이다. 자크의 아버지는 항해사로, 자크가 11세 되던 해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가 어릴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 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카롤린은 역설수면 다음의 여섯 번째 단계의 잠이 있다고 믿으며 위험한 실험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실험자 한 명이 사망하고 자신도 사라진다. 자크는 어머니의 위험을 알리는 자각몽을 꾸면서 어머니를 찾기 위한 잠의 대륙으로의 모험을 떠난다.
7월에는 일본의 대표 작가이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 2월 발표한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책은 아내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초상화 화가가 불가사의한 일에 휩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이야기다. 이미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모았고, 출간 한 달여 만에 130만 부 이상 팔리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국내판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전문번역가 홍은주 씨가 번역을 맡았고,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