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유월(榴月)

입력 2017-06-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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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는 ‘석류나무 류’라고 훈독한다. ‘유월(榴月)은 석류꽃이 피는 계절, 즉 음력 5월의 별칭이다. 그런데 ‘榴月’의 발음이 숫자 6을 나타내는 ‘유월’과 같다 보니 더러 ‘榴月’을 음력 6월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작년 음력 6월 하순의 어느 날, 서예가와 문인화가들이 즉석 휘호를 하는 자리에서 어떤 작가가 작품을 마친 후 낙관을 할 때 ‘병신년 榴月’이라고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음력 5월은 여름이 시작된 두 번째 달이라는 의미에서 ‘중하(仲夏, 仲:버금 중)’라고 부르기도 하고, 창포의 계절이라는 의미에서 ‘포월(蒲月, 蒲:창포 포)’이라고도 하며, 숫자 ‘五’와 발음이 같은 ‘午(낮 오)’자를 따서 ‘午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음력 5월을 대표하는 명절인 단오(端午)도 사실은 ‘단오(端五)’이다.

‘端’은 흔히 ‘끝 단’으로 훈독하는데 여기서의 ‘끝’이란 중간이 아닌 양 끝을 다 이르는 말이다. ‘端’에는 ‘처음(初)’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므로 단오는 다름 아닌 5월의 ‘첫 5일’, 즉 ‘5월 초닷새’를 이르는 말인 것이다.

단오에는 우리만의 고유한 세시 풍속이 있었다. 여인네들은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서 머릿결이 좋아지기를 바랐고, 그네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 사바(娑婆)세계를 발 아래로 굽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남녀가 함께 부채를 만들어 친지들에게 선물하였는데 남정네들은 주로 접선(摺扇:주름 접듯이 접어지는 부채 摺:주름 접을 접)을 들고 다녔고, 여인네들은 곱게 꾸민 단선(團扇:둥근 부채 團:둥글 단)을 들고 다녔다. 단오에 선물하는 부채를 흔히 ‘단오선’이라고 하였다.

중국은 지금 단오를 춘절과 중추절 다음으로 큰 명절로 지정하여 공휴일로 삼았다. 전통문화를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서양에서 들어온 명절만 명절로 치려 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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