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의 랠리를 주도한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이른바 ‘FANG’ 주식이 최근 급락하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가운데 일본의 이른바 ‘SNRS’가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SNRS는 소프트뱅크와 게임기 업체 닌텐도, 취업알선 업체 리쿠르트, 소니 등 4개사의 주식을 일컫는 신종 용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ANG 종목은 지난 1년간 평균 44%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선라이즈(SunNRiSe)’라고도 불리는 이들 일본 4개사의 주가는 같은 기간 평균 65% 뛰었다. 이 기간 일본 토픽스지수가 19% 상승한 것을 감안한다면 3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SNRS 주가가 고공행진한 배경이 해외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산운용사 닛폰 컴제스트의 리처드 케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들 4개사는 지난 2~3년간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해외 부문의 잠재력이 과소평가됐지만 이제 재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의 골칫거리였던 미국 이동통신 자회사 스프린트의 실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차세대 IT 기술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 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지난 12개월간 55% 뛰었다. 닌텐도는 최근 내놓은 게임 콘솔 스위치(Switch)가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아가면서 지난 12개월간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 해외에서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취업정보업체 리크루트는 지난 2012년 사들인 미국 취업 관련 검색 엔진 인디드(Indeed)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이 회사 주가는 59% 상승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반도체 사업이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34% 뛰었다. 특히 오아시스 자산운용의 세스 피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 홍콩의 한 컨퍼런스에서 소니를 숨겨진 보석이라고 표현하면서 매수를 추천했다.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주도하는 실적 턴어라운드 전략과 탄탄한 회사 지배구조, 가정용 게임기를 포함한 여러 사업의 호조 등을 매수 매수 추천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소니 주가가 39%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 SNRS 4인방의 주가는 최근 FANG처럼 일본 증시 랠리를 견인했다. 이달 초 SNRS는 토픽스를 1600대로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토픽스가 1600선을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지난주 FANG 4인방은 각각 최소 3% 안팎의 낙폭을 기록해 나스닥 급락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