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정책사회부 기자
계획경제 체제가 아닌 이상, 자유로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지의 가격 상승을 관(官)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는 것을 감안해도 최근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선보이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책은 지나치게 허망하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임대료가 올라서 걱정인 곳이 아니라, 임대료를 ‘내릴 수밖에 없는’ 곳의 임대료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압구정동이다. 젊음의 거리 이미지를 홍대, 강남역 등지에 이미 빼앗겨 버린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상가 1층 공실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근래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런 곳에서 자치구가 주도해 임대료를 절반 가까이 내리는 상생협약은, 원래 내려야 할 곳의 임대료를 내려놓고 생색내는 것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작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삼청동, 연남동, 합정동, 상수동, 망원동, 가로수길 등에서 임대료를 내렸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서울시가 이달 초 제시한 ‘서울형 장기안심 상가제’를 통한 임대료 상승 억제 정책도 서대문구, 강서구, 은평구 등을 중심으로 적용돼, 주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을 모두 비켜 갔다. 어쩌다 홍대 같은 핵심 상권에서 임대료 상생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적정한 임대료를 유지하겠다’ 정도의 피상적인 문구가 담긴 협약식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자체장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오죽했으면 지난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대료 인상률을 시장이 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겠는가. 하지만 현재 서울시와 지자체가 내놓는 ‘생색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 세금을 내고, 정부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