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얼어붙었던 정부와 재계 간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가 재계와 소통에 나선 가운데 재계 역시 새 정부와‘코드'를 적극 맞춰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위상과 역할이 재편된 경제단체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행보을 보이며 정부와 재계간 역할 개선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과 잇따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최근 재계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각되며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대한상의가 경제단체 중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날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일자리 관련 정책 간담회를 갖는 대한상의는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을 핵심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일자리 정책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웠던 경총도 오는 19일 일자리위원회와 만남을 가진다. 박병원 회장 명의로 ‘일자리 창출 협조’ 반성문 성격의 서한을 일자리위에 보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첫 대면이지만 일자리위는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경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1일에는 무역협회도 일자리위 이용섭 부위원장과 면담한다. 무역협회는 이 부위원장과 만나 △수출확대 국정과제 설정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대응체제 강화 △주요 교역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무역업계 대상 수출지원제도 종합 정비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간 경제단체 맏형 노릇을 하며 정부와의 재계간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일자리위와 만남에서 배제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조직과 위상이 크게 축소된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해체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전경련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내부혁신에 나섰다. 특히 그동안 쌓아왔던 국제협력 민간 네트워크 기반을 활용, '민간 경제외교 전문기관'으로 역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경련은 달라진 역할에 맞춰 일자리위와의 만남 대신 '한미경제정책포럼'을 15일 개최한다. 한미 무역기업 700여 개가 회원사로 가입된 암참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한-미 주요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전경련은 이번 포럼에서‘암참이 바라본 한-미 관계’와‘한-미 FTA의 성과와 전망’ 등에 대해 발표를 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전경련의 이같은 행보는 민간 외교 단체로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전경련 대신 방미 사절단 구성에 나서는 등 경제단체의 역할이 시대흐름에 맞춰 바뀌어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최순실 사태 이후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기업과 정부를 연결할 기관이 없었지만 이제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된 만큼 제역할을 다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