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셀프 사면’ 가능성을 언급해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트럼프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대선 개입 공모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대통령이 사면 카드를 공론화하자 수사를 맡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해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은 완벽한 사면권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범죄는 비밀유출밖에 없는데 사면을 생각하면 어떠냐”고 밝혔다. 즉 러시아 스캔들의 실체가 없고, 드러난 것은 정보기관이 유출한 기밀문서와 가짜뉴스 외에는 증거가 없는데 스캔들에 연류된 자신의 가족이나 측근에게 사면권을 행사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다.
트럼프가 이처럼 셀프 사면까지 고려한 데에는 뮬러 특검의 광범위한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검의 수사 범위는 이제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트럼프는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뮬러 특검은 트럼프의 가족과 측근의 각종 사업과 금융거래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CNN등 주요 언론은 뮬러의 광범위한 수사에 부담을 느낀 트럼프가 그의 수사 행보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스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일임한 로드 로젠슈타인이 뮬러를 ‘사전 협의 없이’임명한 이후 트럼프는 줄곧 뮬러 특검팀의 수사가 “마녀사냥”라며 “편견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제까지 뮬러 특검의 해임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궁지에 몰린 트럼프 선택지에는 뮬러 특검 해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특별검사법에 따르면 뮬러의 해임은 현재로서는 로젠슈타인 법무차관만 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로젠스타인을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즉 법무부 소속의 연방검찰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유로 트럼프가 로젠스타인에 뮬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하거나 셀프 사면에 나선다면 정치적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저녁 트위터로 또 한 번 러시아 내통 의혹과 관련해 마녀사냥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여당 공화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날조된 러시아 마녀 사냥이 계속되면서, 민주당원과 러시아인들, 두 그룹만 이러한 선거 패배에 대한 변명을 비웃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민주당과 러시아조차 러시아 스캔들이 조작임을 알고 있지만, 공화당이 이에 대해 전혀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공화당 의원들, 심지어 내 정치적 영향력의 도움을 받은 의원들조차 자신들의 대통령을 거의 보호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한편 셀프 사면에 논란이 거세시자 같은 날 백악관의 신임 공보 참모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에 대해서도 사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