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특허권 비리에 …면세점 2분기 성적도 '한숨'

면세점 업계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따른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됐다. 외국인 매출이 최근 두 달 연속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실적 반등이 이어지지 않아 지난 1분기부터 시작된 마이너스 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호텔신라는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으로 173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6% 줄어든 8997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력 사업부문인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TR부문은 영업이익이 82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47%나 급감했다. 매출은 7900억 원으로 8% 줄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경영합리화와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은 힘겹게 유지하고 있지만, 사드로 인한 경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해외 사업장 확장 및 영업 안정화를 통해 글로벌 면세사업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 감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평균 매출이 올해 3월 중순까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가 이후 20% 정도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1분기에 비해 2분기 실적은 더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는 매출 1조3858억 원, 영업이익 37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3.7% 급감했다.

그동안 매출이 증가할수록 영업적자 폭도 늘어난 신규 면세 사업자 한화갤러리아·두타·SM면세점 등의 2분기 실적은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투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원드 매출은 전년대비 2.4% 증가한 1849억 원, 영업적자는 지난해 28억 원에서 64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규리 연구원은 “8월 말 제주점이 영업을 정지할 예정이며 특허 반납 패널티로 한 달분 임차료인 21억 원을 추가 지급하게 된다”며 “제주점 영업적자만 5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두타 면세점은 올해 1분기 매출 664억 원, 영업적자 100억 원 정도에서 적자 폭 확대가 예상된다. 같은 기간 SM면세점을 운영하는 하나투어도 9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면세점업계는 3월 중순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0% 이상 줄었지만 면세점 전체 매출은 오히려 증가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6억8857만 달러로 전월보다 5.0% 증가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한이 줄어들면서 중국 ‘보따리상(대리구매)’들이 구매금액을 2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전체 ‘파이’는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호텔신라의 회사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며 면세사업자들의 지난 1분기 영업수익성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면세사업자의 공급 과잉과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각 면세사업자가 외형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알선수수료·판매촉진비 등 영업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해외공항면세점의 임차료 부담도 확대됐다고 한신평 측은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면세사업자들의 국내 공항 임차료 부담률이 공항매출액 대비 46%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말 그대로 ‘속 빈 강정’이라는 얘기다.

국내 면세점 산업이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머지않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뿐만 아니라 입찰 특혜 파문으로 향후 사업 전개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면세점 시장 외형 감소세 가속화로 면세 사업자 실적 부진은 정점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면세점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10조500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