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건설·한일건설 매각흥행 배경은 6500억 이월결손금

입력 2017-08-0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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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27.5% 법인세 부담 4%대로 낮아져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건설사들의 잇따른 매각 흥행에 재무상 막대한 이월결손금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생 건설사를 인수한 회사는 이월결손금 규모만큼 향후 10년간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전면 공제받거나 소득의 4% 수준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코리아리츠로 매각이 완료된 STX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결손금은 5082억 원이다.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한일건설의 경우 올 1분기 말 기준 미처리결손금이 6558억 원에 달한다.

미처리결손금은 당기에 발생한 순손실이지만 아직 주주총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STX건설과 한일건설의 지난해 미처리결손금에는 2015년 이전부터 처리되지 않고 이월된 결손금이 누적돼 있다. 현재 미처리결손금 역시 M&A 이후 정상적인 이익이 날 때까지 이월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세법에서는 이러한 이월결손금을 향후 10년간 매 사업연도 소득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기업이 결손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낸 세금을 다시 돌려주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이익에서 과거 결손금만큼을 빼고 세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은 각 사업연도 소득의 100%까지 과거 결손금을 적용해 공제받을 수 있다. 일반기업도 소득의 80%까지 가능하다. 과세표준에 따라 22~27.5% 수준인 법인세 부담이 최소 4~5%대로 낮아지거나 아예 없어진다. STX건설을 인수한 시행사 코리아리츠는 앞으로 매 사업연도 영업이익에서 5000억 원이 넘는 결손금을 모두 차감할 때까지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특히 M&A를 통해 이러한 절세효과를 누리려면 현행법상 건설사 매물이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2008년 세법 개정으로 이월결손금 공제는 같은 사업군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식품회사가 IT부품 제조회사를 인수할 경우 제조사의 결손금을 향후 식품부문 이익에서 공제할 수 없다.

그러나 건설사는 업종 특성상 사업영역이 방대해 일명 ‘끼워맞추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건설 업종인 인수자도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의 시행사를 세워 건설사에 일감을 주고 시공은 다시 하도급으로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건설 부문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

손정환 현대회계법인 이사는 “법 개정 전에는 결손금액이 큰 부실기업이 오히려 인수희망자를 합병하는 형태의 ‘역합병’이 많이 일어났지만 현행법에서는 이를 통한 절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영역 경계가 흐린 건설업종 매물을 인수하는 것이 절세를 노린 M&A에서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며 “특히 연구개발세액공제 등은 제조업 등에만 적용되고 건설업의 경우 적용되는 세액공제가 거의 없어 이월결손금 공제 매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난달 21일 마감된 한일건설 예비입찰에는 5개 기업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수의계약과 공개매각이 접목된 ‘스토킹호스’ 방식 매각으로 진행돼 이미 수의계약자가 있는 상태였지만 공개매각에서도 큰 인기를 보인 것이다. 회생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SM그룹이나 세운건설 등 동종업계 기업은 물론이고 비건설 업종에서도 한일건설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STX건설이나 한일건설의 경우 회생 중인 상황으로 향후 이익 발생을 장담할 수 없어서 이월결손에 대한 법인세 공제 예상치를 ‘이연법인세자산’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 중인 대우건설의 경우 올 1분기 재무제표상 표시된 이연법인세자산만 8769억 원에 달한다. 미래에 법인세를 절감해 자산으로 인식될 금액 규모를 의미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처럼 매각가가 수조 원대인 기업은 절세효과만 노리고 M&A에 나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인수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은 맞다”며 “다만 이연법인세자산은 향후 소득 추정치를 근거로 계산되기 때문에 과거 분식회계 사고가 난 대우조선해양처럼 과도한 미래이익을 잡은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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