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발생한 김기덕 감독과 여배우 A씨의 법적 갈등이 영화계 왜곡된 권력구조를 드러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여배우 A씨가 2013년 있었던 일을 4년 후인 이제야 밝힌 데 대해 "김기덕 감독이 '뫼비우스'를 찍을 당시만 해도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하나였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계속 초청을 받고 그런 상황에서 배우는 무조건 이 사람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영화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 촬영 당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배우 마리아 슈나이더의 갈등에 빚대 설명했다. 그는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를 찍을 때 강간하는 장면이 있다. 그 성폭행 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 수십년이 지난 후에야 2007년에 와서 마리아 슈나이더는 '나는 강간을 당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라며 "촬영 당시 슈나이더는 19살에 불과했고, 그때 자신을 도와줄 매니저나 변호사를 불러야 했는데 당시엔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그냥 감독의 설득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고백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뫼비우스' 같은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계에선 감독의 권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면서 “30차례, 40차례 테이크가 가도 감독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더 가고 싶을 수밖에 없는데, 상업영화에선 매니저나 관계자들이 이를 제재를 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이 같은 감시의 눈이 촘촘하지 않기 때문에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기덕 감독의 경우 해외에서 아주 주목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배우들은 이 같은 감독의 권력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감독이 가진)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하는 일들을 곳곳에서 막을 수가 있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배우는)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일정한 성공을 하는데 자기는 도태되는 것처럼 느끼면서 잘못된 강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왜곡된 권력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배우는 나중에 가서야 문제를 외부로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성수 평론가는 이처럼 영화계에 왜곡된 권력구조에 대해 “거대한 영향력과 권위의 갑질, 이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