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峯)

입력 2017-08-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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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면서 연일 불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간다. 구름의 모양이 기이하다. 동요에 나오는 엄마 구름, 아기 구름, 토끼 구름을 연상하게 한다. 그야말로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峯)’이다. ‘여름 하, 구름 운, 많을 다, 기이할 기, 봉우리 봉’으로 이루어진 구절이니 “여름 구름에는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는 뜻이다. 여름철, 하늘에 펼쳐진 구름을 옛 사람들은 기이한 산봉우리에 견주어 시를 읊은 것이다.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峯)’은 중국 동진(東晉)시대의 전원 시인으로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사시(四時:네 계절)’라는 시의 두 번째 구절로, 도연명은 여름을 대표하는 풍경을 구름으로 읊었다.

봄에 대한 구절은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이다. 봄에는 사방의 연못에 물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가을은 ‘추월양명휘(秋月揚明輝)’라고 읊었는데, 가을 달은 밝은 빛을 온 세상에 떨친다는 의미이다. 겨울에 대해서는 ‘동령수고송(冬嶺秀孤松)’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겨울 고개에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다는 말이다.

계절마다 그 특징이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 시는 지금도 한문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자주 읊조리곤 한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운치가 있고 어린이들에게 읽히면 놀이처럼 한문 공부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심의 세계를 활짝 열어줄 수 있는 시이다. 영어 유행가 가사만 외우려 하는 요즈음 학생들에게 이런 시도 한 수 외우게 한다면 정서 교육에 적잖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파란 하늘에 기이한 봉우리 모양으로 떠가는 하얀 구름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어제가 입추였으니 이제 더위가 성하기보다는 물러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하운다기봉의 계절을 구름과 더불어 마음으로나마 시원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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