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이 뜬다] 외국인 통역 돕는 ‘쇼핑봇’·알아서 쓸고 닦는 ‘청소봇’…‘로봇 도우미’ 생활 속 성큼

입력 2017-08-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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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한컴 ‘로봇쇼핑도우미’ 설치…소프트뱅크 감성로봇 1호 ‘페퍼’, 서비스·제조 러브콜

#2000년 개봉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배경은 가사도우미 로봇이 가정마다 보편화됐고 각 로봇은 제조사의 서버와 송수신하는 인공지능 두뇌를 가지고 있다. 리처드 가족의 가전제품으로 구입된 로봇 ‘앤드루마틴’은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AI)형 로봇이었다. 영화에서는 앤드루마틴이 ‘약(弱)’ 인공지능형 로봇이었지만, 점차 본인의 자아를 인식하게 되는 ‘강(强) 인공지능’ 의 속성을 갖게 된다. 예술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감할 줄 아는 로봇 앤드루는 결국 인간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

영화 속 주요 소재로만 쓰일 것 같던 로봇이 이제 일상 생활로 들어왔다. 영화에서는 로봇들이 자아를 요구하고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순간이 있지만 아직까지 생활 속 로봇은 걸음마 단계다.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고 정보를 제공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쇼핑도우미를 현대백화점에 공급했다.연합뉴스

◇인천공항·현대백화점에 등장한 로봇 도우미 =지난달 LG전자의 공항 안내 로봇이 상용화된 데 이어 외국인 관광객의 언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통역 쇼핑로봇이 등장했다.

한글과컴퓨터가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쇼핑도우미(이하 쇼핑봇)를 현대백화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쇼핑봇은 로봇 형태를 하고 있으며 전면에 큰 화면의 태블릿을 장착했다. 한글과컴퓨터의 한국어 기반 음성인식 통역 소프트웨어인 ‘말랑말랑 지니톡’이 탑재돼 외국인 쇼핑객에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 쇼핑객이 안내데스크 쪽에 마련된 이 기기에 영어 등의 언어로 말을 하면 한국어 등 다른 언어로 번역해준다. AI 기반의 인공신경망번역기술(NMT) 적용으로 문장의 문맥, 어순을 고려한 번역 결과를 제공하기에 정확도가 높으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사용할수록 향상된 번역 결과를 제공한다고 한컴 측은 설명했다. 현재 지원 언어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다. 향후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관광객들이 언어로 인한 불편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쇼핑봇을 관광객이 많은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우선 배치하고, 향후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인천공항에 설치된 LG전자 청소로봇.

앞서 LG전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상업용 로봇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며 로봇 사업 확대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LG전자는 7월 인천국제공항에 청소 로봇과 안내 로봇 각각 5대를 배치하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LG전자의 안내 로봇과 청소 로봇이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항 이용객에게 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실내 공간을 청소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인공 지능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능형 정부 추진계획’에 따르면 구청 또는 동주민센터 등 일선 행정창구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민원서비스용 인간형 로봇을 배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5년 출시한 세계 최초의 감정인식 로봇 ‘페퍼’.

◇감정을 읽는 로봇이 있다?…산업현장서 러브콜= 생활 도우미 로봇이 상용화되기 2년 전인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초의 감정인식 로봇이라며 ‘페퍼’의 판매를 시작했다.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프랑스 알데바란이 만든 페퍼는 각종 시각, 청각, 촉각 센서를 통해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고 표정 인식과 목소리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어떤 감정인지를 파악한다고 한다. 페퍼는 두뇌로 아이비엠(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했다.

페퍼는 처음에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획됐다. 카메라와 마이크, 여러 센서들을 종합해 상대방의 얼굴 표정과 음성, 제스처의 정보를 분석해 감정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소프트뱅크가 페퍼를 출시했던 당시 손정의 회장과 페퍼가 같은 무대에 올랐는데 손정의 회장이 페퍼 앞에서 어색하게 웃자 페퍼가 “그건 가짜로 웃는 거다”라며 “눈이 웃지 않잖냐”라고 꼬집었다. 이 대답을 들은 손정의 회장이 웃어 보이자 페퍼는 “그게 진짜 웃음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손 회장은 “페퍼가 기존에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행동하는 게 아니라 페퍼를 입양한 가족 구성원의 감정을 인식해 스스로 행동 양식을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페퍼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기뻐했다면 페퍼가 더 자주 춤을 춘다는 것이다.

이러한 페퍼의 능력 때문에 다양한 산업군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수평다관절 양팔 로봇인 ‘듀아로(duAro)‘와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Pepper)’를 연계, 다양한 협력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양손으로 하는 작업을 듀아로 로봇으로 대체하고 사람들과 의사 소통을 잘하는 페퍼를 연계해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람이 페퍼에게 작업 내용을 알려주면 페퍼가 승인한 작업을 듀아로가 수행하는 방식이다. 산업용 로봇의 조작 방법에 익숙한 작업자가 없는 공장이나 점포, 사무실 등에서 활용 가능하다. 또 듀아로의 작업 관련 데이터를 페퍼가 취득해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산업용 로봇의 원격 감시 및 원격 조작도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페퍼는 일부 아시아 지역 피자헛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고 계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에서 채용을 담당하거나,시중은행과 카페 체인에서도 일을하며 마스코트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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