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연중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겹쳐 정부의 뒷북행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피프로닐을 비롯한 살충제 사용이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우리나라도 실제 사례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하다가 결국 사태가 터졌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 문제는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계사를 비우지도 않고 살충제를 산란계에 뿌려 계란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알 수 없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해외에서 살충제 계란으로 논란이 확산됐지만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농가 60곳의 표본 검사로 모든 농장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 냈다. 국내 산란계 농장은 현재 친환경 농가 780개소를 비롯해 총 1456개소에 이른다.
그동안 국회의 지적이 있었지만 안일한 태도로 불과 4%만 검사하고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10% 미만의 표본조사 결과로 소 항체형성률이 97%에 달한다고 자신하다가, 실제 5%가 나왔던 올해 초 구제역 사례와 흡사하다.
농식품부가 연이어 발생한 AI와 구제역이 확산할 때마다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을 외쳤지만, 전현 시정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유럽의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국내산에는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 면서 ‘잔류농약 검사 결과 모두 불검출로 확인됐다’는 국감 답변서를 국회에 냈다.
이 같은 행보를 보이던 정부는 결국 국내산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되고서야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피해를 우려해 15일부터 17일까지 최대한 서둘러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에 문제가 된 경기도 남양주 농장 한 건만으로 최소 10만 개 이상의 살충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이전까지 얼마나 많은 살충제 계란이 유통·가공됐는지 전혀 가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