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출범 초 최대 암초는 ‘인사 난맥’이었다. 호남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 ‘고졸신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첫 여성 외교수장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던 초기만 해도 ‘대탕평’·‘파격’ 인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증절차에 돌입하자 첫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부터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여 국회 인증까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4명의 차관급 이상 고위직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낙마하거나 지명 후 자진 사퇴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고위 공직자 5대 비리인사 배제원칙(논문표절,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면탈)’도 발목을 잡았다. 공약과는 달리 상당수의 인사가 이 원칙에 어긋나면서 ‘공약 파기’ 논란까지 일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서 “선거캠페인과 국정운영이란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한다”며 이해를 구했음에도 야권에서는 ‘내로남불’식 해석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강경화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의 임명을 강행했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소폭 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인재풀 한계와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으로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 등 5개 부처 장관을 현역 의원 출신으로 채우기에 이르렀다.
잇단 고위 공직자 낙마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보은·코드인사’ 논란도 오점으로 지적된다.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의 58%가 대선 캠프 또는 참여정부 출신이며,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중에는 그 비율이 66%에 이른다. 특히 최근 박 본부장의 자진사퇴를 계기로 ‘자기 사람’이란 이유로 ‘묻지마’식으로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한다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까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 장관 몇몇이 낙마하고 비리가 있는 인사가 임명된 건 향후 정권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참사’로 규정했다. 박 위원장은 14일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는 문 정부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인사원칙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16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운동권 출신, 캠프 출신, 시민단체 출신이 전부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국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인사 난맥상에 경고를 날렸다.
정부 출범 100일이 되도록 첫 내각이 완성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잇따른 인사 난맥에 검증 시스템이 더 엄격해진 탓일까. 18부5처17청의 수장 중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은 여전히 후보자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박기영 전 본부장의 사퇴로 차관급에도 공석이 생겼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음에도 주요 4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대사 임명도 늦어지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여성 장관 비율 30%’가 실현된 것은 의미 있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강경화 외교부, 김현미 국토부, 김영주 고용노동부, 김은경 환경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전체 장관 18명 중 5명(27.8%)이 여성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여성이 낙점되면 이 비율은 32%까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