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정치적 안정이 유로화 가치 상승 압력으로 작용
유로화 가치가 올해 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나 고공행진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올해 단연 돋보이는 통화는 유로화라고 30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13% 상승했다. 올해 초만 해도 유럽연합(EU) 지역의 극우 정치가 득세하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불확실성이 팽배해 유로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유로화 가치가 애초 우려와 달리 상승하는 데는 유럽연합(EU)의 경제 성장률이 가장 큰 요소로 꼽힌다. 올해 EU 경제는 시장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올해 EU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7%, 내년을 1.8%로 상향 조정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경제 지표는 예상보다 좋게 발표됐고, 정치적 위험성도 크게 감소했다”며 “미국에서는 정치적 위험성이 증가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U 지역의 경제적 견고함은 10년래 최고 수준에 올랐다. IHS마르키트의 크리스 윌리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EU 지역이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징후가 많다”고 밝혔다.
정치적 환경도 유로화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들은 작년에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같은 급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 투표를 포퓰리즘 현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포퓰리즘을 향한 두려움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총선과 지난 4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는 기세를 펴지 못했다.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약세를 나타낸 것도 유로화 가치 상승에 결정적이었다. Fx프로의 에드 앤더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화는 올해 내내 약세장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달러화에 하락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앤더스 애널리스트는 “허리케인 하비는 미국의 GDP 성장률을 저해할 것이고, 북한 도발도 계속된다고 볼 때 달러화를 보유할 이유는 사라진다”고 진단했다.
파운드화는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파운드화는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 투표 이후 현재까지 유로화 대비 약 18% 하락했다. 영국의 최대 무역 교역국인 EU와의 관계가 불확실한 탓이다.
다만 유로화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며 “최근의 상승세가 곧 반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