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고로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 미사를 집전해 눈길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북부 항구도시 카르타헤나 시내에서 오픈카 형태의 전용차인 ‘포프모빌’을 타고 인파 사이를 지나다가 포프모빌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차 창문에 머리를 부딪혔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교황의 왼쪽 볼과 눈썹 위에 상처가 나 피가 흘렀고, 긴급조치를 취했지만 멍 자국은 남았다. 이날은 5일간의 콜롬비아 일정을 마무리하는 날로, 교황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신도들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dpa통신은 당시 교황이 어린이를 맞이하려고 몸을 기울이다가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티칸은 즉각 성명을 통해 “얼음 찜질과 응급 조치 덕에 교황의 상태는 양호하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상처를 치료한 후 카르타헤나에서의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카르타헤나는 베네수엘라 국경과 가까워 베네수엘라에서 온 난민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에 교황은 미사에서도 극심한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겪는 베네수엘라를 위한 평화로운 해결책을 기도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인권의 중심인 이곳에서 정치에서의 모든 종류의 폭력을 포기하도록 호소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베네수엘라에 있는 아들과 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베네수엘라에서 정치적으로 부도덕한 모든 폭력을 부정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나라가 해결할 것임을 희망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카르타헤나에서는 17세기, 기독교 선교사들이 노예나 억압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면서 콜롬비아 내 인권 옹호의 거점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번 방문을 이용해 매춘에서 공해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인권 침해에 종지부를 찍자고 호소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작년에 좌익 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 평화 협정을 체결, 52년에 걸친 내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교황이 이번에 콜롬비아를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8일에는 FARC의 최고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노가 교황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FARC가 콜롬비아 국민에게 준 고통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