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은 정말 사심 없이 국정에만 24시간 올인한 분이다."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으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린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모든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직접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법정에 나온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가볍게 목례했다. 그는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그 고통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어 오늘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작성받은 조서에 사실대로 적혀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진정성립까지 거부했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의 모든 신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신 재판부에 발언권을 얻어 7분여간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그는 "대통령은 가족도 없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한 분"이라며 "옆에서 어떻게 사셨는지를 제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있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 문건을 최순실(61) 씨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이 사건은 사실 대통령이 얼마나 정성 들여 국정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통령은 국민에게 좀 더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하며 손수 본인이 쓴 거를 다 수정하고 챙겼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 의견을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지만, 이는 최 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라는 구체적 지시가 아닌 국정에 임하는 국정 책임자의 '노심초사'였다"고 했다. 최 씨 의견을 구하라는 대통령의 포괄적 지시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건건이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사적인 이익이 아닌 '통치행위' 일부였다는 주장도 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발언하는 도중 목이 메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안경을 쓴 채 정 전 비서관을 쳐다봤다. 중간중간 재판부를 바라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옆에 있던 유영하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 말에 훌쩍이며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정 전 비서관 증인신문을 마친 뒤에도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재판은 정 전 비서관 증언 거부로 80여분만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