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김명수 구하기’에 사활을 걸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를 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을 향해 내뱉었던 ‘뗑깡을 부린다’는 취지의 표현을 쓴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임명 처리 절차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청신호’가 감지되지만 국회 표결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는 19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간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적격·부적격 의견을 병기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자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적격·부적격 의견을 병기하려면 청문위원 개개인의 의견을 적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당은 적격·부적격 의견을 낸 청문위원의 숫자를 명시하는 대안을 내놓은 상태다. 한국당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직권상정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도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만료일인 24일 이전 임명동의안을 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놔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민주당과 국민의당만 동의하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과반이어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뒤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문제는 표결이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김 후보자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 국민의당의 자유투표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려면 재적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15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121석)과 정의당(6석), 새민중정당(2석), 정세균 국회의장을 합하면 찬성표는 130표다. 가결까지는 20표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 때처럼 국민의당 의원들의 가부가 이번 김 후보자 인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김 후보자 인준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건이나 이번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준 건이나 우리가 당론을 모으기가 사실 어렵다”면서 “어떻게 말하면 우리 국민의당이 가장 민주적인 정당일 수 있고 의원 개개인의 영역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김 후보자에 대해서 인준지지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중진의원도 있고, 또 제가 만나본 바에 의하면 ‘이번도 다를 게 없다’ 이렇게 말하는 호남 의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 의장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에 대비해 전날 믹타회의(MIKTA·중견 5개국 국회의장회의) 참석 및 카자흐스탄, 우즈벡키스탄 공식방문 등 해외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정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