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에게 뇌물을 건네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이 12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은 이날 핵심 쟁점인 '부정한 청탁' 등을 중심으로 법리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12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첫 공판을 연다.
이 부회장도 이날 법정에 출석한다. 지난 8월 1심 유죄 선고 이후 처음이다. 공판기일은 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와야 한다.
양측은 이날부터 3차례에 걸쳐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공방을 벌인다.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항소심에서는 법리 문제 다툼이 주된 진행이 될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1심에서 59명의 증인신문이 이뤄져 많은 증인을 불러 조사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양측은 우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진술조서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두고 다툴 전망이다. 특히 두 명의 업무수첩은 1심 판단의 중요한 증거가 됐다. 안 전 수석은 이 부회장과 독대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서 들은 말을 업무수첩에 적었다고 진술했다. 수첩에는 삼성 승마 지원 관련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적혀있다. 2014년 6월 20일 자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문제-모니터링'이라고 적힌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이어 양측은 핵심 쟁점인 '부정한 청탁'을 두고 공방을 벌인다. '부정한 청탁'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간 돈에 적용된 제3자뇌물죄 입증에 필요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이 부회장 측의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 측은 항소심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없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특검 측은 1심에서 무죄로 결론난 미르·K스포츠재단 혐의까지 유죄를 받아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8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이 부회장의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