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난 지 6일째 되는 날에야 달[月] 이야기를 하자니 약간 어색하기는 하나 1600여 년 전 중국의 전원 시인 도연명(陶淵明)도 ‘추월양명휘(秋月揚明輝:가을 달은 밝은 빛을 떨치네. 揚:떨칠 양, 輝:빛 휘, 빛날 휘)’라는 구절로 가을 달을 읊었으니 꼭 중추절이 아니더라도 가을에는 달 이야기가 어울리는 화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곡 중에 ‘사우월(思友月)’이라는 게 있다. 향파(香波) 작사, 구두회(具斗會) 작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향파는 구두회 선생의 아호이다. 구두회 선생이 작사를 하고서도 마치 다른 사람인 양 아호로 작사자를 밝힌 것이다. 세레나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노래는 구두회 선생이 부인과의 연애시절에 부인을 위해 지은 노래라고 한다.
“저 달빛, 저 달빛 흘러내려”로 느리게 시작한 노래가 중간 부분 “저 광활한 저 달빛 저 달 속에”에 이르러서는 적잖이 빨라지면서 연인에 대한 사랑의 격정을 쏟아낸다. 연인이든 친구든 그리운 사람을 달빛을 보며 그리워하던 시절의 노래이다.
지난 추석, 날씨가 흐려서 휘황한 달을 보지 못했다. 만약 그날, 달빛이 휘황했다면 이 시대의 우리도 달을 보며 친구를 그리워했을까? 아마 그런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SNS가 지나칠 정도로 발달하여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화면을 통해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고 대화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그리울 일이 아예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思友月은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이다. ‘생각 사(思)’와 ‘벗 우(友)’를 쓴 ‘思友’도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思友’는 ‘벗을 생각한다’는 뜻의 한 문장이다. 20~30년 전만 해도 이처럼 한자를 이용하여 필요한 말을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思友月! 벗을 생각하게 하는 달! 아름다운 표현이지 않은가? 이 가을에 누구라도 思友月을 한번쯤 가슴에 품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