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운 농심 구매팀 과장 “회사와 완도 모두의 발전 위해 노력 중”
“오랜 세월 질 좋은 다시마를 제공해준 완도와 회사가 함께 노력한 덕분에 ’너구리’의 인기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1982년 국내 최초의 우동라면으로 선보여 올해로 출시 35주년을 맞은 농심 ‘너구리’속에는 30년이 넘도록 생산지가 변하지 않은 원재료가 있다. 농심 구매팀이 전국 곳곳을 찾아다닌 끝에 선택한 완도산 다시마가 주인공이다. 농심은 너구리가 현재까지 고른 소비자층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인기 비결로 완도산 다시마를 꼽는다.
김용운(35) 농심 구매팀 과장은 입사 후 10여 년 간 농심의 맛을 내는 원재료를 찾아다니는데 몰두한 구매 전문가다. 농심은 생산지와의 남다른 유대 관계를 중시한다. 그는 "농심과 완도의 관계는 단순히 재료를 주고받는 원료 생산자와 구매자의 개념이 아닌 상생 관계 도모를 통한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지역과 좋은 관계를 30년 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한 쪽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변함없이 질 좋은 다시마를 제공해준 완도나 제품을 만들어 온 농심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농심은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던 중 실제 가정에서 다시마를 활용한다는 점을 착안해 다시마 원물을 첨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마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있다. 김 과장은 “지금은 자동화 시스템이 있지만 과거엔 얇고 가벼운 다시마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시절이어서 한봉지에 다시마가 2개 이상 들어있는 행운을 경험했다는 제보가 종종 있었다”며 “다시마 6장 들어있는 너구리가 길몽으로 해석되던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용 가능 여부 등 너구리 속 다시마에 대한 질문이 고객상담센터의 단골 질문 중 하나라고 전해진다. 완도 해역에서 채취해 자연건조시킨 다시마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것이 농심 측 설명이다.
이러한 통 다시마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너구리 제품에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해외 국가의 식품 관련 법률상 다시마를 갈아서 넣어야 하기 때문에 작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과장은 완도와의 관계 유지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농심은 단지 다시마 구매에 그치지 않고 매년 지속적으로 완도 어민들의 지식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식 및 건조 기술 개선이 대표적인 예다. 김 과장은 “농심이라는 안정적인 수급처가 있기 때문에 완도의 양식 및 건조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 중”이라며 “이를 통한 다시마 품질 향상이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와 농심 사이에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은 것이다.
완도 금일읍에서 다시마 양식을 하는 어가는 대략 450곳 정도다. 어민들은 매년 5월 말~7월 초 다시마를 채취해 경매장에 내놓는다. 농심은 여기서 매년 평균 400톤의 다시마를 구매해오고 있으며 구매된 다시마는 너구리를 비롯해 볶음 너구리, 새우탕 등에 사용된다.
그는 “너구리 한 봉지에 다시마 1개가 들어가는데 이 조각을 누적 판매량만큼 바닥에 펼치면 여의도 면적 3배 수준"이라며 "다시마를 일렬로 정렬했을 때는 총 길이가 무려 지구 둘레의 6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출시 35년 동안 너구리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 52억 개를 돌파했다. 김 과장은 “출시 당시부터 몰아친 너구리의 인기는 국내를 너머 미국 시장에도 소개되기 시작했다”며 “이에 위협을 느낀 일본 업체가 한글로 표기된 라면까지 출시하며 대응했지만 너구리 인기를 뛰어넘을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지금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시장 확보에도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너구리는 해외 시장에서도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너구리가 국제적인 상품이 돼 한국 라면과 완도산 다시마 모두 알려졌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