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장병완 산업위원장 “文정부 정책서 산업 빠져… 기업구조조정에도 구체적 진흥책 필요”

입력 2017-10-20 11:24수정 2017-10-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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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내세운 건 잘한 일이지만 구체적 방안 없으면 ‘창조경제’ 재판 될 것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은 19일 이투데이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필연적으로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근 기자 foto@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통적으로 여야가 합심하는 모범 상임위원회로 통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산업위는 두 차례의 현장 시찰을 빼고 국정감사를 모두 국회에서 진행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내실 있는 국감’을 치르기 위한 여야 의원들의 초당적인 공감대가 뒷받침됐다는 후문이다.

여기엔 위원장을 맡은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의 뚝심도 한몫했다. 산업위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로 15자나 되는 긴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일자리 창출과 국내 실물경제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문제 이외에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및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통상, 산업구조조정 문제 등 현안도 산적하다.

장 위원장은 19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위원회로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며“대외 불안요소가 즐비하지만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중소·벤처기업 육성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수 있도록 여야 의원이 합심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文정부 ‘산업정책’ 패싱 아쉬워 = 장 위원장은 우선 전통적인 전공 분야와 관련해 “정부 정책에서 ‘산업’이 빠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과제로 삼으면서도 산업정책에 소홀한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그는 “새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에서 에너지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 진흥이나 산업 구조조정 등 산업 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데엔 무심해 보인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필연적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는 “단순한 부실기업 정리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일자리의 유지·창출과 직결된 국내 산업 전반을 고려한 산업정책이 절실하다”며 “산적한 산업현안 해결을 위해 국내 산업 전반을 담당하는 산업부가 구체적인 산업정책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위원장은 특히 금호타이어·동부제철의 해외 매각문제 등에 있어 주력산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산업정책보다, 채권단의 단기 재무적 판단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결정된 데 대해서도 유감을 드러냈다. 국내 산업 구조조정과 산업 진흥 대안이 재무구조조정 차원에서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그는 “상임위에서 수차례 지적이 있어 한 달 전쯤 산업부가 ‘다양한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산업부 주도의 구체적인 산업 진흥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혁신성장’에 대한 구체적·종합적 정책대안 필요 =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 분배·소득 주도 성장만으로는 일자리 창출 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18일 발표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도 혁신기업 창업 지원 등 혁신성장 기반 구축을 통한 일자리 생태계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장 위원장은 분배·소득 주도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혁신성장’을 내세운 것에 대해선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에 걸맞은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산업·노동·교육 개혁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대안이 없는 ‘혁신성장’이라면 이전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캐치프레이즈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과 맞닿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선 “범정부 차원의 산업 전략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여러 산업이 ICT를 중심으로 융·복합되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산업혁명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단순히 규제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산업정책의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컨트롤타워 격으로 최근 출범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 대해서도 “애초에 정부의 모든 부처가 참여해 산업계 곳곳에 숨은 규제를 없애고 국가 역량을 총집결하여 미래 먹거리를 키워 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혁신과 창의성을 강조하고자 민간 위원의 비율을 위원회 내부에 대폭 확대했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 중소벤처기업이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규제프리존법’ 통과도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원전 선언’부터 한 정부 질타… ‘넛지’식 유연함 요구 = 문재인 정부의 탈핵·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용어 표현부터 잘못됐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정부는 ‘탈원전·탈핵’이라는 표현으로 ‘원전 제로’ 논쟁에 직면하고 ‘탈원전’에 대한 찬·반 여론이 더욱 극심하게 나타난 것”이라며 “그래서 ‘탈원전·탈핵’이란 용어는 시민단체의 미래 에너지정책 구호로는 모르겠지만 정부정책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상임위 차원에서 지적했고, 다행히 정부가 정책의 이름을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표현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산업계,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시민사회와 국회가 에너지정책을 두고 이처럼 유연하게 협의하는 자세를 가졌다면 지금 겪는 갈등이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장 위원장은 또 장기적으로 석탄·원자력 비중은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늘어나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나 지원 방안 없이 ‘탈원전 선언’부터 하다 보니 원전관련 학계, 산업계, 중소부품업계 등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구별된 정책 비전과 지원 수단을 먼저 제시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리차드 세일러 교수가 설파한 ‘넛지 이론’에 빗대 “원전 죽이기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선택이 아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구체적 대안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정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통상 분야의 가장 큰 이슈인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선 미국 측과 양자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감과 동시에 우리와 유사한 입장의 국가들과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장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인 이익 균형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개정 논의에서도 우리 측은 미국 측의 개정 요구에 상응하는 이슈를 제기할 수 있는 협상 상대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어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병완 산업위원장은 누구?

행시 17회로 33년간 예산 관련 업무… 여야 모두 인정하는 정책통

장병완 위원장은 1952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 제일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대와 중앙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위원장은 국회 내에서 여야가 모두 인정하는 ‘정책통’으로 통한다.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33년간 예산관련 업무를 맡으며 기획예산처 예산실장과 차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야당 내 유일한 관료 출신 경제 전문가로, 20대 국회 들어 산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임위 현안과 관련해서도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그는 국가 에너지정책에서 경제 급전만이 아니라, 환경과 국민안전을 고려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올해 3월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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