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홍역을 치른 채권시장은 27일 약세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날 11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둘러싼 각종 루머에 손절물량이 쏟아지면서 패닉장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다친 심리를 보듬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대내외 시장 여건도 우호적 재료보단 비우호적 재료가 많은 것도 부담이다.
밤사이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테이퍼링을 결정했다. 내년초부터 9월까지 채권매입 규모를 현행 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로 축소키로 한 것이 골자다. 다만 물가가 목표치에 부합하는지를 감안해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벗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비둘기파적인 결정이라는 분위기다.
반면 국내 채권시장은 취약한 심리속에 악재로 받아드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잖아도 전날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서프라이즈하게 발표되면서 한국은행의 11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긴축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할 수 있겠다.
전날 외국인도 장외채권시장에서 국고채를 1조1070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통안채를 1조11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대내외 긴축에 대비해 듀레이션을 축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세제개편안 기대감에 미국채 10년물은 지난밤 2.463%까지 올랐다. 이는 3월17일 2.5007% 이후 7개월만에 최고치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다음달 국고채 발행계획도 별 다른게 없어 보인다. 국고채 30년물에 대한 경쟁입찰물량을 2000억원 늘리고 이외 구간 물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긴 했지만 초장기물 금리 역전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상규 기재부 국채과장은 전날 이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고채 발행물량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30년물 관련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진 않겠다는 반응이다.
당장 다음주 30일부터 내달 국고채 발행 관련 입찰이 시작되는 것도 부담이다. 30일에는 국고채 3년물 1조원(지표물 3000억원, 선매출 7000억원)을, 31일에는 국고채 30년물 1조7500억원을 각각 입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