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창원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LG전자 창원 R&D센터 건물로 들어가 화물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가니 문이 열리는 순간 생경한 광경에 동공이 확장된다.
자동차가 들어차있을 법한 지하 주차장에 냉장고가 종류별로 빼곡히 서있다. ‘LG 디오스 매직스페이스 노크온 냉장고’‘LG 디오스 김치 톡톡’등 LG전자의 주력 냉장고 뿐 아니라 오븐, 식기세척기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색적인 지하 공간은 바로 LG전자 연구원들의 도서관이라 불리는 ‘시료 보관실’이다.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빌려보고 반납하는 것처럼 연구원들은 시료보관실에 와서 언제든 필요한 시료를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이 개발중인 제품으로 개발중인 제품을 테스트 하다가 오류가 생기면 지하로 내려와서 제품을 가지고 올라가서 확인한다. 400평 규모에 750만 대의 시료를 보관할 수 있으며 창원R&D센터가 오픈한 지 1달이 채 안된만큼 현재는 500여 개의 시료를 보관중이다.창원R&D센터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 1500여 명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시료들을 수직으로 올려 세우면 약 1400m로 63빌딩 5개 높이와 비슷하다.
LG전자의 제품만 보관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 보쉬, 월풀 등 경쟁사의 제품도 다수 있다.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은 “과거에는 기술을 몰라 경쟁사의 기술을 카피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경쟁사의 샘플을 가져오는게 어떤 기술을 넣어서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자 하는지를 살펴본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가치로 어떤 것을 고민했을 지를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주방가전 연구소를 통합하기 전에는 각 제품을 담당하는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시료를 관리해 불필요한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창원R&D센터에 시료들을 통합해서 보관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확보하며 전체 보관 규모가 기존 대비 50% 커졌다.
회사 측은 “시료 보관실은 신제품에 대한 모티브를 얻어 제품을 기획하는 출발점”이라며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해가며 개선점을 발견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R&D센터 4층에는 3D프린터실이 자리잡고 있다. 뜨끈뜨끈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하니 4대의 3D프린터가 로봇팔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개발 단계의 제품 모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LG전자는 개발단계에 3D프린터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제품 외형을 새로 디자인하거나 신규 부품을 적용하기 위해서 협력사를 통해 제품 모형을 제작했다. 이 경우 제작과 수정 단계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 개발 일정 전체가 지연되기도 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2014년 3D 프린터를 도입했고 이 제품을 R&D센터에 배치하며 본격적으로 부품 모형을 제작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3D프린터는 큰 제품은 8억, 작은 제품은 7000만 원대의 고가다. 회사 관계자는 “장비 도입 이전과 비교하면 모형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30% 줄었고 비용 절감도 연간 7억원 에 이른다”며 “제품의 최적화와 완성도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등 연구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주방 가전의 메카인만큼 요리 개발실도 빼놓을 수 없다. 요리 개발실은 상업용 오븐, 제빵기, 야외용 그릴등 다양한 조리기기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날은 LG전자의 제품을 사용해 저온조리라고 일컫는 ‘수비드(Sous Vide)’방식으로 익힌 고기도 맛볼 수 있었다. 밀폐된 비닐 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 속에 오랫동안 데워야 해서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수비드 뿐 아니라 중탕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에 ‘와우’라는 감탄사가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왔다.
송 사장은 “창원R&D센터는 주방가전 제품들 간의 시너지를 보다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전진기지”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방 가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