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내년 2월까지 100일간 논의…기간 촉박하고 법적 근거도 없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과 관련한 범사회적 논의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민간과 정부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출범을 통해서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의 첫발을 떼기도 전에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한계에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시작부터 불안한 출발이 우려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통신비 관련 중·장기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구성해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부담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논의기구’를 운영하겠다고 언급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위원장을 선출하고 협의회 운영 계획 및 규정, 논의 의제,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내년 2월까지 100여 일간 운영된다. 위원은 총 20명으로 5개 중앙부처와 이동통신사 3곳, 단말기 제조사 2곳, 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이동통신유통협회 등 유관 단체 2곳 등 7곳의 이해관계자가 모두 포함됐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추천한 2명을 포함한 통신 정책 관련 전문가 4명, 소비자·시민단체 관계자 4명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협의회는 앞으로 보편요금제,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의제를 선정해 대안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다른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논의 결과에 대한 공청회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책 협의회의 논의 결과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돼 입법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이번 협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법적 근거도 갖추지 못한 민간합동 자문기구 수준이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한 데 모아 합의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통사가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통신서비스와 휴대폰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완전자급제에 대한 찬반 의견도 팽팽해 ‘통신 기본료 폐지’ 좌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속한 논의 진행을 위해 100일로 활동기한을 한정했다지만, 최종 결론을 내기엔 논의 기간이 매우 촉박하다. 설령 합의된 결론이 도출된다 하더라도 사회적 기구라는 한계 때문에 논의한 내용이 입법과정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이슈가 당파성과는 무관한 이슈인데도 당파성을 배제한 전문가를 요구하면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인사 추천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국회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