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삼성반도체, 퇴직 7년 후 뇌종양도 산재"

입력 2017-11-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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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7년 뒤 뇌종양에 걸린 근로자에게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고 이윤정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씨의 업무와 뇌종양(교모세포종) 발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이 씨가 사업장에서 6년 2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벤젠, 포르알데히드, 납, 비전리방사선 등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밝혔다.

또 "발암물질의 측정수치가 노출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 등 기타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씨가 앓았던 뇌종양은 뇌·척수조직이나 이를 싸고 있는 막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종양이다. 교모세포종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예후가 좋지 않아 대부분 발병 사실을 안 지 1~2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종양이 빠른 속도로 성장·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뇌종양 발병에까지 이르는 속도 역시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대법원 결론이다.

1,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 발병의 원인이 될 만한 개인적 요인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산재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위험요인들에 대한 위험·노출 정도가 높지 않다"며 "뇌종양은 수개월 만에 급격한 성장을 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 씨는 퇴사 후 7년이 지나서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근로자의 취업당시 건강상태, 작업장의 유해요인 유무,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을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른 합리적인 추론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입증책임을 완화한 200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근로자에게도 산재를 인정했다.

이 씨는 1997년 17살 나이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다 2003년 7월 퇴사했다. 퇴직한 지 7년이 되던 해 뇌종양이 발병하자, 업무상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 씨는 소송 도중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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