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노동이사제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20일 열리는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상정한 하승수(49)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른바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으로, 국민연금이 찬성하기로 한 이 안건이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KB금융지주는 국내 주요 기업 중 노동이사제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된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지분 9.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다른 주요 상장사에도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아 앞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본격화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전날 노조가 내놓은 또 다른 안건인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 정관 변경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 “대표이사가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결정한 내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한 시민사회 진영의 유력 인사다. 2004년에는 옛 현대증권(현 KB증권) 노조가 추천한 최초의 사외이사로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