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위협하는 KT&G 릴, 가격 동결… 호환되니 갈아타면 그만”
국회에서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각종 세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사재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담뱃세 인상에 따른 담뱃값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전망이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아이코스 생산업체인) 필립모리스가 그동안 폭리를 취해온 데다, 이제는 경쟁체제가 돼 쉽지 않은 일이 됐다”며 “상임위에서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인상하려 했을 때 일부 의원들은 담뱃값 인상을 우려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러한 전망은 국회 다른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들려온다. 전자담배에 개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이 3000원 정도 오르더라도 아이코스의 ‘히츠’와 BAT코리아에서 만드는 ‘글로’의 ‘네오스틱’ 등 스틱 담배 가격은 현재처럼 4300원으로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다.
근거는 이렇다. 우선 후발주자인 KT&G의 ‘릴’이 예상보다 흥행하면서 전자담배 시장이 아이코스와 릴, 글로의 2강 1중 구도로 재편될 조짐 속에, 아이코스를 위협하는 릴의 스틱 담뱃값은 세금 인상 후에도 4300원을 유지키로 KT&G가 방침을 정한 까닭이다. KT&G 한 관계자는 이날도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릴의 스틱담배인 ‘핏’은 아이코스에도 호환이 가능하다. 히츠의 가격이 오른다면 아이코스 기기를 가진 흡연자는 가격이 더 저렴한 핏으로 옮겨갈 수 있다. 세금인상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아이코스 히츠의 경쟁력이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담뱃세와 담뱃값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기재위 소속 야당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선 일반담배와 전자담배의 가격이 비슷하다”며 "예컨대 500원 세금을 포함해 1000원짜리 일반담배를 파는 나라에서 전자담배를 세금 한 푼 없이 1000원에 팔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필립모리스 등이 우리나라에서만 가격을 올린다고 하면 요새 말로 ‘호갱’ 취급하느냐는 반발감만 부추겨 마케팅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행정안전위는 이날부터 이틀 간 법안심사소위를 가동, 전자담배에 매기는 담배소비세와 지방소비세를 개소세처럼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지방세법안을 심의한다. 법안 통과시 담배소비세는 기존 한 갑당(20개비) 528원에서 897원으로, 지방교육세는 232원에서 395원으로 각각 오른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위는 지난 24일 전자담배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438원에서 750원으로 올리는 건강증진법안을 통과시켰다. 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전체 세금은 기존 합 갑당 1739원에서 2986원으로 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