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호치민에 맥도날드 1호 개업, 3년 뒤 수도에 매장 열어
미국과 베트남 사이에 ‘황금아치시대’가 무르익고 있다.
세계 최대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가 2일(현지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첫 매장을 열었다. 미국과 베트남은 1960~1970년대 베트남전을 치르며 원수지간이 됐다. 그러나 하노이에 맥도날드가 1호 매장을 열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분석했다.
미국의 상징인 맥도날드는 2014년 2월 베트남 호찌민 시에 1호점을 개업한 이후 베트남에 16개 지점을 열었다. 그러나 수도인 하노이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맹폭을 입은 만큼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컸다.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기 어려웠던 이유다.
2일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남쪽에 문을 연 맥도날드 하노이 1호점은 2층 규모에 직원만 100명이다. 오픈 첫날 몰려든 고객들로 매장은 북새통이었다. 그 중 한 명인 84세의 트란 딘 루예 씨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이다. 그는 “맥도날드가 하노이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밝혔다. 손녀와 함께 빅맥을 먹은 그는 “미국의 유명한 햄버거 브랜드인 맥도날드 매장이 수도에 없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미국과 베트남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맥도날드 하노이점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베트남전 참전 군인인 90세의 타 수안 후옹 씨는 “이 패스트푸드는 아이들만을 위한 음식”이라며 “맛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노이를 포함해 북베트남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대대적인 폭격을 당한 지역이다. 현재 맥도날드가 들어선 곳에서 4km 떨어진 병원은 베트남전 때 폭탄이 떨어져 민간인 3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하노이 지역은 미국에 대한 생각이 복잡하다.
1995년 미국-베트남 국교 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빌 클린턴 대통령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베트남을 다녀간 미국 대통령은 4명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베트남과의 교역을 금지한 제재를 해제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 뒤 2000년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찾았다. 작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국민 음식 ‘분짜’를 먹어 화제가 됐다. 오바마가 찾은 하노이 분짜 식당 ‘흐엉리엔’은 이후 세계 곳곳에서 방문하는 손님으로 연일 긴 행렬이 이어졌다. 당시 오바마의 ‘분짜 외교’는 베트남과 미국 간 거리를 대폭 좁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베트남에 대한 직접투자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2억6800만 달러(약 2913억1600만 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전체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정립한 ‘국제분쟁을 방지하는 황금아치 이론’의 전형적인 예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금아치 이론은 어느 특정 국가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맥도날드 매장이 많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단계에 이르면 그 나라 사람들은 전쟁을 원치 않고, 오히려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려고 줄을 서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은 빠른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스타벅스, 버거킹, KFC 같은 서구의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문호도 적극적으로 개방됐다. 특히 패스트푸드 분야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베트남 국민의 소득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뛰었다. 현재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100달러에 이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의 패스트푸드 산업은 지난 5년간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서 30세 미만 인구는 전체 9400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베트남의 패스트푸드 산업이 유망한 배경이다. 유로모니터의 사무엘 후인 애널리스트는 “베트남에서 젊은이들은 패스트푸드 가게에 대해 ‘식사하기에 멋지고 쿨한 장소’라고 여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