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을 둘러싼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권 회장이 만든 ‘삼두경영’ 체제가 결국 그의 손에 깨지고 말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4일 오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애초 이날 이사회에서 권 회장의 주도로 이 부회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논의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됐으나, 2시간에 걸쳐 경영 현황만 점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사회 소집을 계기로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이 제대로 터졌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권 회장은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은행(IB)부문을 강화하고자 지난해 7월 하나금융지주 부동산그룹장을 지낸 이 부회장을 영입했다. 당시 업계는 이를 권 부회장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이 부회장은 김 전 회장 밑에서 하나다올신탁 대표이사와 하나금융지주 부동산그룹장을 지내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난 후 퇴사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차렸다. ‘김승유 사단’으로 불리던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에 합류하면서, 회사 매각을 시도하던 권 회장이 경영권을 김 전 회장에게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합류가 무산된 후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인사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갈등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보유 지분을 늘리면서 더욱 증폭됐다. 이 부회장은 공동대표에 선임되기 전부터 꾸준히 KTB투자증권 지분을 사들이고 있었다. 취임 전에도 8%에 달했던 그의 지분은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11.38%까지 불어났다.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회사 지분을 사들인 결과, 이 회장의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6.39%로 권 회장(21.96%)과의 차이를 5.57%포인트까지 좁혔다.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는 등 금융회사 최대주주로서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지난 8월에도 지분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경영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더욱 커진 시점이다. 이 부회장 측이 권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설도 이때쯤 불거졌다.
권 회장은 현재 특가법상 횡령·배임 및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미술품 구매 등 개인 목적 출장에 회삿돈 6억~7억 원을 사용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출자 법인 계열사 직원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던 것처럼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누군가가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일부러 흘린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봉합됐을 뿐 경영권 분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최대주주 간 갈등에 회사 이미지만 훼손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