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AI 연구센터 개설…“AI에는 국경이 없어”
구글이 중국 자율주행차량 시장에 베팅한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과 지식재산권 유출 위험을 무릅쓰고 8년 만에 현지에서 연구·개발(R&D) 활동을 재개한다. 구글은 중국 베이징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연다고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구글은 미국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과 스위스 취리히 등에서 AI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베이징에 처음으로 문을 여는 것이다. 구글은 이미 중국 안팎에서 베이징 AI 센터를 위한 인재들을 모집하기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R&D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구글의 AI·머신러닝 팀 수석 과학자인 리페이페이(李飛飛)는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 ‘구글 AI 중국센터’ 개설을 공식 발표하면서 “AI와 그 혜택에는 국경이 없다고 믿는다”며 “실리콘밸리나 베이징, 그 어느 곳에서든 혁신이 일어나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최고 수준의 AI 인재와 제휴할 수 있는 것은 귀중한 기회이며 장기적인 AI 공동 개발의 첫 걸음을 떼는 데 주력해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리페이페이는 AI가 이미지에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방법을 확립한 저명한 연구자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도 역임했으며 일본 도요타자동차 실리콘밸리 AI R&D 조직에 조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쌓는 등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량 등 AI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구글도 검색과 유튜브, 지메일 등 주요 사업이 중국에서 차단된 상태이지만 7억 명이 넘는 현지 인터넷 사용자들을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끊임없이 현지시장 재진출을 노려왔다. 거대 중국시장에 다시 들어가려는 구글과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월 앞으로 수년 안에 자국 AI 산업 규모를 1500억 달러(약 164조 원)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베이징은 자율주행차량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구글의 AI 센터도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AI 거점 설치를 허용해 이 분야를 선도하는 구글의 기술력을 확보할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구글은 지난 2000년 중국 사이트를 열어 현지에 본격 진출했지만 인터넷 검열 강화로 2009년 유튜브가 차단됐으며 2010년에는 검색 사업에서 규제당국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홍콩으로 사업을 이전했다. 이에 중국에서 검색과 지메일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구글은 2010년 3월 철수하기 전 중국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이 30% 이상에 달하는 등 순항하고 있었기 때문에 철수는 뼈아픈 결정이었다. 구글은 현재 해외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을 위한 광고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현지에 사무실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작다.
현지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검색 서비스 등은 계속 진출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높은 성장과 함께 우수한 엔지니어를 키울 수 있는 AI 등의 분야에서는 구글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스마트폰용 ‘구글 번역’ 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중국 정부와 연계해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중국 프로 바둑기사인 커제와의 대국을 개최했다.
미국은 구글의 중국 재진출 시도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CNN방송은 이날 구글이 까다로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시민 감시를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와 기업, 싱크탱크 등은 중국이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기업들에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