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산타랠리] '외국인·코인·통화정책' 때문에…올겨울 ‘산타’ 못 오시겠네

입력 2017-12-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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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 힘 잃은 3대 요인 살펴보니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국내 증시가 활황이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증시를 이끌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최근 강해지며, 코스피·코스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 시즌 전후 또는 이 기간을 포함한 12월에 기업보너스, 연말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외국인 ‘북 클로징’에…증시는 횡보 중 = 올해 국내 증시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며 호황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은 최근 들어 매도세로 변심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1조222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10월 2조9758억원, 11월 830억 원 가량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투자자 역시 이달 들어 1조311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행보를 같이 했다. 반면, 기관은 2조4345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나홀로 코스피지수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북 클로징(장부 마감)’을 앞둔 차익실현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워낙 시장이 좋아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한 해 농사를 일찍 마무리하는 분위기”라면서 “당장 다음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다보니, 추가적으로 수익률을 쥐어짜내기 보다는 정리하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연말까지 거래일이 며칠 안남은 상황에서 의미있는 주가 상승을 견인할 요소가 없는 만큼, 증시가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2450~25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 통화정책 경계심·가상화폐 외도도 한 몫 =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탐색 과정이 나타나면서 경계심이 한 층 높아진 점도 산타랠리를 힘빠지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연준의 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 일본은행(BOJ)가 남았다”면서 “투자자들이 이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탐색하는 기간을 거치느라 향후 1~2주간은 증시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화폐로 이동한 것도 연말 랠리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코스닥 육성 대책 발표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장 중 한때 800선을 터치했던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740선까지 밀렸다. 반면,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2000만 원이 넘는 초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고 있는 상황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거래소의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대금은 코스닥 일일 평균 거래대금(약 3조6000억 원)을 뛰어 넘었다. 물론 이 역시 정확한 집계가 아니다. 대시, 리플, 라이트코인 등 비트코인 외의 코인을 총칭하는 ‘알트코인’의 거래량은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고 있다. 이미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전 세계 3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 광풍이 일자,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가상화폐 자금 이동으로 인한 코스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상반된 분석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상통화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은 단기성·투기적 성격이 강해서 이러한 자금이 코스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산타랠리보다는…‘연초랠리’ 기대하라 = 국내에서는 산타랠리 현상이 사실상 없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말보다 12월 말 코스피지수가 2.2%가량 올라 연말이 갈수록 더 강세를 보였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시황 흐름일 뿐이라는 것.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산타랠리 현상은 어디까지나 해외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매년 주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올해는 연말까지 코스피가 전고점을 뚫지 못하고 횡보하는 상황이어서 상승 모멘텀 없이 연말까지 크게 떨어지지도, 크게 오르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산타랠리 기대감은 한 풀 꺾였지만,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내년 초를 기다려 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일수로 9일 밖에 남지 않은 증시는 산타랠리 대신 새해 ‘1월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증시의 경우 12월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주목되나 계절적 현상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텐트럼(발작)에 대한 경계감, 연말 물가지표 주의보,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변화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관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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