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한 기자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수행한 기자들이었고, 그래서 비표까지 달고 대통령 행사를 취재하려던 기자들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폭행당한 우리 기자들에 대해 언급하는 중국 언론의 태도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대한민국 기자들이 취재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한국 기자들을 폭행한 이들은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고용한 이들이고, 코트라 주최 행사에서 벌어진 일이니 중국과는 상관없다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
점입가경인 것은, 우리나라 기자들에 대한 폭행은 정치권과 언론에서만 문제 삼고 있고, 우리나라 네티즌은 이번 폭력 사태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먼저 중국 언론이 아무리 무늬만 언론인 관영 매체라고는 하지만, 언론 자체이기를 포기한 것 같다. 관영 언론이라도, 언론인에 대한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보도를 하면 안 된다.
지금 중국 외신 기자들의 성명만 보더라도 언론인에 대한 폭행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것 같은데, 이런 사실을 철저히 외면하며 마치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자신들의 언론 수준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환구시보가 지적한 “우리나라 네티즌”이라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물론 여기서 환구시보가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네티즌은 정말 일부에 불과한데, 이를 과대포장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제다.
어떤 사회든 이런 ‘독특한’ 시각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아마도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권위주의적 체제에서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런 식의 ‘독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우리나라 여론의 주류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국제기자연맹과 ‘국경없는기자회(RSF)’ 같은 세계적 단체의 항의도 외면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들의 주장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과대 포장하는 중국의 태도도 문제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들과 중국의 관영매체들의 공통적 사고방식을 하나 더 짚어야겠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은, 폭력이라는 야만성을 ‘잘잘못’으로 포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진보세력으로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진보일수록 폭력에는 반대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할 점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 차원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 내야 한다. 만일 “이미 수사를 하고 있고, 범인을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언급을 받아낸 것에 만족한다면 이는 사태의 중대성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것이다. 폭력에 대해 수사하고 범인을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당연한 것을, ‘얻어 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 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 수행 기자단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서 대통령을 수행했다고 할 때,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폭력, 전 세계 언론인에 대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