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의 제로금리와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은 위기 초기엔 신용경색의 완화 등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기대했던 투자나 성장, 고용 등의 확대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산 거품과 소득분배 왜곡 등 부작용이 생기고, 이러한 부작용이 경제의 정상화를 지연한 면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세계 학계와 금융계에서는 초저금리 시대의 통화정책에 대한 반성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통화정책의 목표가 물가 안정과 고용 확대 이외에 금융 안정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물가가 안정되고 성장 등이 좋은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과 과다 부채 그리고 금융기관 감독의 실패 등으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경제 주체의 채무 증가와 부동산 시장의 거품 등 금융 불균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금리 정책 이외에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하거나 감독당국 등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거시건전성 정책’이라 하고, 정책 수단으로는 전통적인 통화정책과 건전성 감독정책 이외에 LTV·DTI 등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조절 정책, 경기를 감안한 자본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자산지준제도 등이 포함된다.
둘째는 통화정책의 선별적인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통화량 중심이건, 금리 중심이건 무차별적인 효과를 우선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나 본원통화의 총량을 조절하면 시장의 장·단기 금리나 통화량이 변동하고, 이런 정책 효과가 경제의 각 부문에 시장원리를 통해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시장의 바람직한 균형을 이루고 효율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제로금리’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금융접근 기회가 많은 소수에게는 이익이지만, 다수의 예금자에게는 ‘저금리로 인한 이자소득의 감소’라는 손실을 주게 된다. 따라서 통화정책에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선별적인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중앙은행이 소상공인·저소득층 등과 같이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특정 부문에 본원통화가 더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초저금리는 금리의 가격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실물경제의 회복을 지연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명목금리 안에는 자금의 기회비용, 리스크 프리미엄, 인플레이션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명목금리가 낮으면 이런 비용 요인이 모두 금리에 반영되기 어렵다. 특히 리스크 프리미엄은 저금리 시대라 하여 낮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목금리가 너무 낮아지면 다른 요인을 반영할 여지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실물 부문의 수익률인 자연이자율이 ‘―’가 될 수 있어, 금리가 금융과 실물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금융위기 수습 이후, 제로금리 기간을 짧게 할수록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정상화가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성장률이 3% 근처를 유지하였고, 물가도 그렇게 낮지 않았음에도 초저금리 상황을 장기간 유지하였다. 가계부채의 급증, 집값·집세의 지속 상승, 소상공인 등의 금융소외 현상 등을 생각하면 한국의 통화정책에도 앞의 세 가지 반성이 그대로 적용될 것 같다. 초저금리는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만든 특별한 상황으로 장기화하면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한국도 중앙은행 금리정책의 한계를 포함한 통화정책의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