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에 이어 현대중공업도 올해 적자 전망을 내놓으면서 업계 ‘빅3’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분기 영업익을 기록한 두 회사가 4분기 적자를 전망하면서 대우조선해양도 한 배를 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선업계의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후판 등 강재 가격 인상이 꼽히고 있다. 일거리 잔량인 수주잔고가 많을수록 오히려 조선업체들은 발목을 잡히는 셈이다. 수주잔고가 많다는 것은 일감이 넉넉하다는 뜻으로 조선업체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을 경우에는 그만큼 비싼 원자재를 많이 사들여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달까지 수주잔고는 74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삼성중공업의 같은달 수주잔고인 248만CGT에 비해 2.6배 많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후판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내년 현대중공업의 영업적자 폭이 삼성중공업보다 더욱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내년 비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확정했다. 이에 곧 조선용 후판 가격에 대한 추가 인상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여 조선업체들이 깊은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후판 등 강재 가격 상승은 또 다른 ‘톱3’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에게도 악재다. 11월 기준 이 회사의 수주잔고는 568만CGT로 삼성중공업보다 많다. 때문에 강재가격 인상분이 반영되면 삼성중공업보다 많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고 대부분이 상선에 몰려있어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회사 측은 그 상선의 대부분이 수익성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이라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LNG선은 다른 선박에 비해 수익성이 좋다. 올해 평균 선가도 2014년에 비해 약 9%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후판 등 강재 가격 인상 분이 반영되면 그에 따른 손실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도 “수주잔고의 대부분이 영업익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LNG선인데다 차례대로 인도를 기다리고 있어 손실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3분기 매출 가운데 LNG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다. 내년 4분기에 잔여 LNG선의 인도가 예정돼 있어 LNG선의 매출 비중은 2018년에 50%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에도 전 세계에서 발주된 21척의 LNG선 가운데 4척을 수주했다.
LNG선 시장 전망이 밝은 것은 LNG선 비중이 높은 대우조선해양에게도 호재다.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가 강화로 친환경 선박인 LNG선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 선박연료의 황산화물(SOx) 함유량을 현행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탈황장치 부착이 늘고 있다. 탈황장치 부착과 함께 장기적으로 LNG추진선의 교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강재 가격 상승분 반영도 문제가 됐지만, 4분기에 부실 털어내기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고백한 만큼 부실 털어내기를 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