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사람 없는 세상’] 他人과의 과잉연결에 피곤한 당신 “기술 들어갑니다~”

입력 2018-01-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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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車로 출근하고, 드론으로 물품 받고, 로보어드바이저로 주식투자…

사람-사람 ‘콘택트 사회’서 시간비용 절약하는 ‘언택트 사회’로 변화 바람

일각서 “일자리 사라진다” 비관론에 “노동 없는 삶 만끽” 낙관론 주장도

20XX년 7월 어느 날. IoT(사물인터넷)에 연동한 홈오토메이션이 작동하며 전등에 불이 들어오자 A씨가 잠에서 깬다. A씨가 일어난 난 것을 감지한 AI(인공지능) 비서는 그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틀면서 오늘 일정을 설명한다.

아침 샤워를 마치고 식사도 끝낸 A씨.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마음에 드는 옷이 바로 눈에 띄지 않는다. 평소 A씨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는 AI 비서는 “깔끔한 스타일의 정장 좀 주문해줘”라는 A씨의 명령에 5초도 안 돼 여러 벌의 의상을 찾고 A씨의 가상 피팅까지 거치고 나서 결제까지 5분 만에 끝낸다.

회사에 늦지 않으려면 1시간 이내로 집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느긋하게 주문한 상품을 기다리는 A씨. 30분이 채 지났을까. 드론으로 배송된 상품을 받아 입고 출근을 한다. 자율주행이 일반화한지도 세월이 꽤 흘러 사람들 대다수는 A씨처럼 이동하는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뉴스를 보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곤 한다. 어느 순간 110km 속도로 달리던 A씨의 차가 80km로 감속한다. 700m 앞에 사고가 난 것을 인지하고 자동으로 속도를 줄인 것이다. 도로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사고 현장 모습이 경찰, 병원 등에 전송돼 사고 처리와 부상자 후송 등도 걱정이 없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점심을 하러 찾은 맥도날드. 무인자판기로 내 입맛에 맞는 햄버거를 주문해 식사한다. 오후 일과를 마치고선 저녁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 증권사에 들러 투자한 주식의 수익률을 살펴본다. 지난달 로보어드바이저의 추천으로 투자했던 주식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을 확인한 A씨. 로보어드바이저에 더 나은 수익을 낼 종목을 물어보고 환매 후 재투자한다.

저녁식사 장소인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컨시어지 로봇이 안내한다. 오늘의 추천 메뉴 등을 묻고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고 나서 식사를 즐겁게 마친다. 식사 때 와인을 곁들였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 역시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는 만큼 걱정이 없다.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미래의 일상이다. 하지만 상당 부분은 현실에 이미 등장했거나 수년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기술들로 구성해 본 하루 일과다. AI와 IT(정보기술), IoT 등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가 성큼 다가와 있다.

◇무인·셀프·자동화 등 ‘언택트’로 귀결 = 4차 산업혁명 시대 AI를 기반으로 한 기계가 인간의 생각과 손을 대신하는 시대가 눈앞에 있다. 무인 주문시스템이나 자율주행차, 사람 대신 로봇이 작동하는 공장 자동화 등 그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비대면(非對面)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사회 전반에서 무인(無人) 트렌드가 자리잡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사람과의 접촉, 즉 콘택트(Contact)를 지우는 비대면 방식과 4차 산업형멱 기술을 ‘언택트(Un+tact)’”라는 조합어로 규정한다. 소비라는 측면에서 경제활동이 전통적인 사람-사람 관계에서 사람-기술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언택트가 인건비와 지리적 제약 등 여러 비용을 절약해 주는데다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SNS 등 타인과의 과잉연결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언택트가 피로감을 줄여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IT, 통신, 자동차 등 AI 활용 속도 빨라져 = 이러한 언택트 기술들은 지난 2016년 구글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 이후 우리 산업계에 무서운 속도로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와 음성비서(통신), 의료, 물류 등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차는 영화 속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거나 좌우 차선을 감지하면서 달릴 수 있는 기술 등은 이미 양산차에 접목됐다. 현대차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자가 운전에 전혀 개입하는 않는 4단계 자율주행 시험에까지 이르고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차 사업에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통신과 물류업계는 AI 비서를 비롯해 드론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드론은 단순히 공중을 날아다니는 촬영장비 수준을 넘어서서 택배나 우편물 배송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미아를 찾거나 화재를 감시하는 등 재난 발생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 AI 음성인식 비서는 실생활에 등장해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의 ‘구글홈’이 앞서 스피커 형태의 제품으로 나왔고 국내에서도 SKT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집안 IoT와 홈오토메이션으로 연동돼 TV를 켜 원하는 정보를 보여주거나 음성을 통해 쇼핑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AI가 대체하는 일자리 vs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 논쟁 = 문제는 위에서 언급됐듯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비용절감에 효과적인 인공지능 도입을 반기면서 로봇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자들은 로봇 1대가 생산될 때마다 34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AI와 로봇에 의한 자동화 등으로 2030년 자국 내 고용이 지금보다 735만 명 감소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또 맥킨지앤컴퍼니는 46개국 800여 개 직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AI로 없어지는 것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아질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보기술 IT 전문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사라지는 일자리는 180만 개이지만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23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3년 후부터는 창출되는 일자리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다만 AI 발달에 따른 산업 영역 재편에 따라 일부 산업의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행히 로봇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면서 이로 인해 인간은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온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노동 없는 미래(Why the Future is Workless)'라는 저서로 유명해진 호주의 칼럼니스트 팀 던럽 박사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 하면 생산성이 높아져 노동자들은 지금 일하는 시간만큼 일하지 않아도 되고 제품 가격은 값싸져 가처분 소득이 높아진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노동을 기계에 넘겨주고 인간은 자유롭게 다른 활동을 하는 삶을 누려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무조건 제공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 도입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이라는 또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하긴 하지만 좀더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논리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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