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수현 현대건설 전 사장을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 Global Business Center) 상근고문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박동욱 재경본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사장 교체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정수현 전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이후 김중겸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사장직을 수행한 지 7년차를 맞는 동안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사장직을 수행 하면서 현대건설을 건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시키고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삼성동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 해 연말 정기 인사도 지나며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이 1952년생으로 수년동안 GBC 사업을 완료하기까지는 고령이라는 점과 조직의 세대교체를 위한 인사라는 점이 교체 배경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 특유의 인사 분위기가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너가 외에 다른 경영진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지난 해 말 현대건설 인사후 정 전 사장의 연임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 그룹에서 볼 때 불편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 현대건설 사장 후보군 몇 명이 면접을 봤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같은 사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격적인 인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전 사장은 향후 GBC 상근고문으로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앞으로 현대건설을 이끌게 되는 박동욱 사장은 전형적인 ‘재무통’이다. 재무통 출신이 현대건설 사장에 임명된 것은 2006년 이종수 전 사장 취임 이후 오랜만이다. 이종수 사장 이후 현대건설을 이끌었던 김중겸 사장과 정수현 사장은 모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기술직 출신이었다.
박 신임 사장은 1962년 경남 진주 출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1999~2011년까지는 현대자동차에 몸담으며 재경사업부장 등을 역임했고 같은 해 4월 다시 현대건설로 복귀해 재경사업본부장을 지낸 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룹과 건설을 모두 거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으로 국내외 현장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해박하고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재무전문가인 박 사장이 선임된 것이 최근 현대건설을 비롯 국내외 건설시장을 반영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수년째 해외 수주물량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수년 동안 실적을 떠받들던 주택시장 역시 침체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SOC 예산 축소, 금리 인상 등은 건설사들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신규로 수주할 만한 큰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추진되던 사업들의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건설은 향후 선별 수주 등 사업의 수익성 검토가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이미 이 부분에 상당 부분 관여 하며 성과를 보여 왔다.
하지만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가중될 경우 오히려 조직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인수된 후 정 전 사장 시절부터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쳐 왔다.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사를 아예 수주하지 않았다.
때문에 결국 영업비용이나 내부 비용 축소만 극대화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사장은 재무본부장 시절부터 비용 지출에 깐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오지 않고 건설출신이 승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주를 위해서 비용을 선투입해야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결과론적 문제겠지만 박 사장은 재무본부장 시절부터 성과를 내면 비용투입이 가능하다는 식이라 비용절감에 집중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