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하려는 인사에게 '입막음용'으로 국가정보원 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장석명(54)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25일 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청구된 장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주요혐의에 대한 소명과 증거인멸 가능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피의자의 직업과 주거가 일정하다”며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즉각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 관계자는 “장 전 비서관은 2012년 검찰조사 후 최근 이뤄진 첫 검찰 조사 때까지 류충렬(62)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과 김진모(52) 전 민정2비서관 등 주요 관련자와 말맞추기 및 허위진술로 진실을 은폐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해외에 있던 류 전 관리관에게 카카오톡 전화로 수차례 연락해 과거 진술처럼 돈의 출처에 대해 허위로 진술해줄 것을 종용했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지 않아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직 비위를 단속해야 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내부 고발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정 전 비서관의 진술로 명백히 확인된다”며 주요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과 같이 화이트칼라 범죄에서는 대부분 피의자들이 직업이나 주거가 일정하기 때문에 '직업이나 주거가 일정하다'는 것이 의미있는 기각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이를 근거로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장 전 비서관은 지난 2011년 4월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자금 5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12년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하며 류 전 관리관에게 신권 5만 원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을 도장이 봉인된 ‘관봉’ 형태로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은 “류 전 관리관에게서 '이 돈은 장 전 비서관이 준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류 전 관리관은 과거 검찰 조사에서 "이 돈은 ‘장인이 마련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최근 과거 진술을 번복하고 "이 돈을 장 전 비서관에게 받았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전 비서관의 윗선이며 ‘지시자’로 지목된 당시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비서관(전 법무부 장관)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