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확보·경상수지 축소·단위노동비용 축소·기술경쟁력 강화
최근 원화강세(절상, 원·달러 환율 하락)가 지속되면서 수출경쟁력 악화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진단과 대응방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원화강세의 파장과 대응방향’을 주제로 한 긴급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강세를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이 금융위기를 재연시킬 만큼 우려스럽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아직은 견딜만 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나 원·엔 환율이 최근 급격히 절상된 것은 맞지만 환율수준이나 실효환율로 봤을 때 과거보다 10% 내지 20% 덜 절상됐다”고 봤다.
환율절상에 대한 대응책도 전문가들마다 다양했다. 우선 오 교수는 “투자활성화로 불황형 경상흑자폭을 축소하고 대미 신뢰회복으로 환율 통화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특히 “3900억달러 수준인 외환보유고도 외채 등을 감안하면 적다”며 “1000억달러는 더 확충하고 거주자외화예금의 운용 폭을 확대하는 등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빌리는 것과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을 늘리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며 “가장 효과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외환보유고를 늘릴 방법은 없다. 외환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스왑을 맺을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과 캐나다간 통화스왑 체결은 외화유동성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은 있다”며 “선진국간 환율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4차 산업위주 혹은 제조업의 고기술화 등 산업구조 재편과 일자리 창출 및 청년실업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업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규제와 높은 임금과 과도한 노사분규를 해소해야 한다고 하지만 노후소득이 없다는 점, 부동산가격이 높다는 점 등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 할 수 있는 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정책은 아니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상대적 단위노동비용 상승세 둔화를 위해 노동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방향의 정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가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상대적 단위노동비용은 우리나라의 경우 올 4분기 121.3(2010년=100 기준)으로 아이슬랜드(121.5)와 이스라엘(121.5)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74.6)은 되레 떨어졌다. 상대적 단위노동비용이란 한 나라의 모든 교역국과의 비용경쟁력 격차를 나타내주는 지표로 한나라의 실질실효환율에 명목단위노동비용을 곱한 값을 교역상대국 가중평균 단위노동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그는 이어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외환부문 건전성규제 강화와 외환보유액의 적정수준 유지, 동아시아 금융안전망 실효성 제고 등 외환시장 안전망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교수는 “환율 절상이 더 지속되기 전에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상수지를 조정하고 해외투자 확대나 달러 운용방안 확대 등을 통한 달러 사용 장려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좌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지금의 원화절상은 경제 펀더멘털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