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측 “자유무역협정 취지 어긋난다”…미국 “협상 권한 없다” 맞설 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이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정부는 2차 개정 협상에서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1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측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미국 측은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수석 대표로 나선다.
미국은 1차 협상 당시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한국의 안전기준과 배출가스 환경규제 등을 충족하지 못해도 판매 가능한 미국산 자동차의 쿼터(업체당 2만5000대) 확대 또는 쿼터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이달 23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모듈에 발동한 세이프가드가 한·미 FTA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할 방침이다.
하지만 USTR는 우리 정부가 무역구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경우 이에 대한 협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촉진권한법(TPA)은 미국 행정부가 무역구제법의 변경이 필요한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18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특히 USTR는 TPA 절차를 밟지 않고 이번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한·미 FTA의 부분 개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USTR는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목표 중 하나로 무역구제법을 엄격히 집행할 능력을 보존하고, NAFTA 협정국을 다자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미 FTA 10.5조는 협정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자국 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의 중대한 원인이 아닐 경우 해당 협정국의 품목은 다자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규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세탁기는 세이프가드에서 제외될 것을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세이프가드에 한국산 세탁기도 포함했다.
산업부는 최근 강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상응하는 수준의 이익을 얻어내고 농축산물 등 민감한 분야는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상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다음 날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제2차 한·미 FTA 개정협상을 활용해 미국 측에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제어장치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은 무역구제법에서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을 굉장히 심하게 남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라는 메시지를 강력히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