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분양가에 도전했다가 당국으로부터 분양 보증 승인을 받지 못한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 적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6개월여 전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단지와 비교하면 부지매입가격이 절반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고 있는 아파트는 대림산업이 지난달 7월 성동구 성수동에서 분양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이 단지의 3.3㎡ 분양가를 4750만원이라 밝힌 바 있다. 다만 분양 보증의 승인 주체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 측에서는 시공사와 산정 방식이 달라 이 단지의 3.3㎡ 분양가를 4657만원으로 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나인원 한남’은 3.3㎡당 약 6360만원으로 책정해 분양 보증을 신청했다.
◇단위당 부지가격... ‘아크로 서울포레’가 ‘나인원 한남’의 두 배
‘나인원 한남’ 부지는 주한미군 가족이 거주하던 ‘외인아파트’ 부지를 2016년 5월경 시행사 대신F&I가 매입하며 마련됐다. 당시 이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LH는 전체 면적 6만677㎡의 부지에 들어서있는 아파트 512가구와 부속물 일체를 한번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6242억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이는 3.3㎡당 약 3394만원에 해당한다.
비교 대상인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부지인 당시 뚝섬3구역은 대림산업이 지난 2005년 서울시로부터 매입했다. 전체부지 1만8315㎡를 3824억원에 매입했다. 3.3㎡당 689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0년 이상의 격차가 나는데도 두 단지의 단위 면적당 부지 매입가 자체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나인원 한남’의 2배 가량인 셈이다.
◇인근 단지 시세는 ‘나인원’ > ‘아크로 서울포레’
HUG는 일반적으로 분양을 앞둔 단지의 분양 보증 신청이 접수될 경우, 인근에 비교가 될만한 브랜드, 입지 등을 갖춘 단지를 선정해 해당 단지의 110%가 넘지 않는 선의 분양가인 경우에 분양 보증을 승인한다. 때문에 인근의 비교될만한 고급 아파트의 시세는 이들 단지의 입지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현재 입주한 ‘갤러리아 포레’, ‘트리마제’와 함께 성수동 3대 고급아파트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갤러리아 포레’ 전용 241~244㎡ 가구는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1월까지 약 43억원~53억원에 거래됐다.
‘나인원 한남’은 HUG는 비교단지를 정하지 못했다고는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선 주로 인근 고급 아파트인 ‘한남 더힐’과 비교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240~244㎡의 가구는 60억원에서 최대 76억원에까지 거래됐다.
두 단지 간 동일한 주택형의 가격차를 18억 정도로 추산하면 ‘나인원 한남’ 인근의 시세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비해 약 3.3㎡당 2434만원 정도 더 비싼셈이므로 ‘나인원’ 측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밖에도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는 건축 자재 비용 등에 있어서는 ‘나인원 한남’과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모두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최고급 아파트를 표방하는 최고급 자재를 사용했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HUG는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 기조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역대 최고 분양가에서 3.3㎡ 2000만원이 넘게 오른 분양가의 단지를 분양 보증을 승인해주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당분간 양자간의 줄다리기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