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연루된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은행들은 ‘VIP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치권과 권력기관의 인사청탁은 금융당국, 금융공기업 등에 많았던 만큼, 현재 드러난 채용비리는 빙산의 일각 일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지난해 발생한 금감원 채용비리 의혹도 정치권에서 시작된 청탁에서 비롯됐다” 며 “관행적으로 은행권 채용청탁이 가장 많은 곳은 금융당국과 금융공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특혜채용은 공공연한 ‘관행’으로, 민간은행보다 국책은행이 더 많았다” 며 “지금 금감원 조사결과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과거 특혜 채용이 없었다고 단정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해 이 중 확인된 은행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이 우선 수사 대상으로 삼는 내용은 △채용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9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7건) △채용전형의 불공정한 운영(6건) 등이다.
여기에 연루된 인사는 은행과 계열사 임직원이나 사외이사 관련자다.
금융당국자나 정치인이 연루된 정황은 전무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중간 조사 결과에서 정치권 인사의 요청이 유독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사임하면서 “개인적으로 인사청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금융권 채용비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에서 VIP리스트 등 몇 가지 사례를 특정한 것을 놓고 “최소한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다수 밝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에서 청탁자와 지시자의 신원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금감원 조사과정에서는 이들 신원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공기업에서는 면접 관련 서류를 보관하고 있지만, 명백한 비위사실이나 제보 등 핵심적인 단서 없이 서류만 가지고 채용비리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