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이어 최저임금·근로시간 등 주요 정책 곳곳서 제동 “기업 사정·현장 목소리 없는 탁상공론, 혼란만 자처” 지적
가상화폐로 인한 혼란에 이어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주당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들이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업 사정 등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식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현장 반발의 벽에 봉착하고 있어서다. 더 늦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3·5면
7일 각 정부 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애초 좋은 취지로 입안한 정책들이 현실과 괴리현상이 생기면서 집행 시점이나 내용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일단 최저임금 1만 원 목표 시점은 2020년에서 뒤로 늦추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속도조절론에 대해 “내가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속도 조절) 정부의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 내 분위기를 밝혔다. 앞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5일 “경제 상황과 시장 분위기을 반영해 최저임금 1만 원 도입 시기에 대해선 탄력적·신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와 야당이 최저임금 정책 추진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주당 근로시간 68시간(주간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을 52시간(주간 40시간·연장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중소기업 등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이용득·강병원 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합의안 대신 중복할증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주당 근로시간 문제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5일 기준 신청 대상 사업장의 8.7%만 신청했다. 이처럼 신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선 근로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직원 채용 사실이 정부에 알려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산재보험료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획재정부는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 계획을 취소했다. 외국인 대주주 범위를 지분 25% 이상 보유에서 5% 이상 보유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외국인 투자자와 증권업계의 반발이 커 이 계획을 접었다.
가상화폐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의 일방적 한마디에 혼란을 키웠다. 지난달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뒤 시장이 출렁대자 한발 물러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 시행에 앞서 (이런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정밀하게 점검했어야 했는데 그걸 안 했다”며 “이제는 속도 조절과 함께 정책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