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울이 경제적 활력을 잃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94명(2016년 기준)으로, 부산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마도 조선 왕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한 지 60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출산율일 것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은 29.5%로, 전국 27.2%, 경기 23.4%에 비해 높습니다(2015년 기준). 2005년만 해도 1인· 2인 가구 비중은 40% 정도였는데, 불과 11년 만에 54%까지 증가한 것입니다.
서울에는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서울이란 도시가 ‘가족’을 구성해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기 힘든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총인구가 최고치 대비 3% 가까이 감소함으로써 이미 ‘천만 도시’라는 타이틀은 깨진 지 2년이 지났습니다. 2017년 3분기만 놓고 보면, 서울로 들어온 전입은 36만6000명인 데 비해, 서울을 빠져나간 전출은 39만6800명입니다.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진 것도 아마 한양에 도읍을 정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일 것입니다.
서울을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집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일자리인데, 일자리는 곧 창업 문제와 연결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활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국내 상위 20% 대학이 수도 안에 전부 몰려 있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찾기 어렵습니다. 최고 엘리트들이 서울에서 만들어지고 배출되는 셈인데, 정작 서울의 경제적 활력은 낮고, 청년 실업률이 높으며, 청년 창업률은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량진 공시촌과 신림동 고시촌이 서울의 랜드마크 아닌 랜드마크가 되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비참한 현실입니다.
그 시간, 다른 나라는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중국의 중관촌 창업 거리에는 세계적인 창업가의 꿈을 안고 수만 명의 청년이 모였습니다. 중국은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기치로 창업국가를 선언했고, 중관촌 창업 거리 같은 곳이 전국에 490개에 달합니다.
이스라엘도 이대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창업국가를 선포했습니다. 군대를 창업 사관학교로 탈바꿈시켜 세계시장을 겨냥해 창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은 서유럽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자유도시가 되었습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동유럽의 엔지니어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독일 4차 산업혁명의 아우토반인 스마트 팩토리가 세워졌습니다. 이 모든 게 2001년 베를린 시장의 발상 전환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모이면 서울이 바뀝니다. 금융과 기술, 아이디어가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생깁니다. 금융이 중심이던 여의도에 대한민국의 창업가, 아시아의 창업 스타들이 모이면 금융은 투자처를 찾고, 창업가들의 사업은 활성화할 것입니다.
용산 국제업무단지에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본사가 입주 경쟁을 하고, 여의도 4차 산업혁명 창업 허브가 G밸리와 연계되어 구로공단의 제3차 도약을 이끌어내는 미래를 우리는 그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심장, 여의도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